I ♡ NY
1970년대, 뉴욕은 빈곤과 범죄공간의 상징이었다. 성매매와 각종 범죄들이 매일 일어나고 거리 곳곳에는 쓰래기와 뉴욕을 떠나는 사람들이 남긴 빈자리만 남은 그곳에서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lively', 활기찬 뉴욕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현재는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모인 멜팅팟, 전 세계 금융자산의 40%가 모여 있는 금융의 도시, 세계가 집중하는 수준 높은 문화-예술의 도시, 최신 유행을 선도하는 패션의 도시, 세계의 음식을 모두 맛볼 수 있는 먹거리 가득한 음식의 수도로 불린다.
뉴욕이 새로운 명품도시로 거듭 난데에는 ‘I ♡ New York' 캠페인이 있었다. ‘I ♡ New York' 캠페인은 경기침체와 극심한 사회불안을 겪을 때 관광 활성화를 통한 경기회복과 뉴욕 시민들의 관심과 자부심 애정을 되살리기 위해 시작 되었다. 애정이 담긴 친근함과 희망의 메신저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 I Love New York 이란 슬로건이 채택 되었고 디자이너 밀튼 클레이저가 ‘I ♡ NY'로고를 디자인했다. ‘I ♡ NY'은 뉴욕시의 주도 아래 관광을 활성화 시키며 뉴욕 경제를 돕기 시작했고 1980년대 이후 다양한 프로그램과 접목 되면서 뉴욕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경제 사회적 부가가치를 만들었다. 특히, 2001년 911 사태 이후 테러로 위축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마케팅 전문 그룹과 뉴욕시 같이 사랑 받은 뉴욕을 위한 구체적인 브랜드 전략 구축하기도 했다.
‘I ♡ NY’ 은 지역 브랜딩 전략이다. 지역브랜딩이란 지역에서 만들어진 상품과 서비스의 브랜드화와 지역 이미지의 브랜드화를 결합하여 선순환하도록 하고, 역외로부터 자금 및 인재를 불러 들여 지속적으로 지역 경제의 활성화를 도모하는 것을 말한다. 지역에서 히트하고 있는 상품, 지명을 딴 상품, 역사적 건조물, 자연경관 등 지역의 물적, 인적 자원과 관련된 상품을 지역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지역 브랜딩은 지역의 인지도 향상, 관광산업의 활성화, 거주 인구 및 교류 인구의 증가, 주민의 연대의식 강화, 소득수준의 향상, 새로운 상품 및 지역 이미지 생성으로 선순환한다. 소비자가 접한 상품에 어떤 지명이 표시 되어 있을 때, 그 지명에서 좋은 이미지를 연상 할 수 있으면, 그 지명은 부가가치와 우위성으로 연계 되어 판로와 가치에 반영된다. 반대로 그 지명으로 아무런 이미지도 연상 할 수 없게 된다면, 그 지명은 어떤 부가가치도 주지 않게 되고, 경쟁 우위로 연계되지 못 하게 된다. 즉, 지명으로 소비자의 구매 욕구가 생기지 않으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차별성 없는 한국의 지역브랜드
뉴욕의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한때 한국에도 도시의 슬로건을 영어로 부는 바람이 불었다. 하지만 도시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고려하지 않는 슬로건들이 대부분이었고 슬로건을 구체화 시키는 전략적 프로그램이 부족했다. 한국의 지역브랜드 전략은 독창적인 브랜드 이미지 보다는 지역의 특산물과 축제 등을 통해 경제적인 수익을 올리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대표적으로 지역의 농산물 브랜드가 그렇다.
농림수산식품부의 ‘2011 전국 브랜드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는 5340개의 토종 농·축산물 브랜드가 경쟁하고 있다. 특히 쌀은 1500개 넘는다. 브랜드가 너무 많다 보니 소비자들이 구별을 잘 못한다. 2009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조사에선 소비자 인지도 5%가 넘은 쌀 브랜드는 임금님표 이천쌀(29.8%)과 철원 오대쌀(15.2%), 대왕님표 여주쌀(5%) 딱 세 가지였다. 소비자는 대부분 유명한 지역 특산품만 지명과 연계해 기억할 뿐이었다. 소비자들이 기억하지도 못할 브랜드를 만드는 데 돈을 쓰고,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차별성 없는 도토리 키재기식의 브랜드 난립에는 단순히 이름 짓고 포장지만 꾸미면 브랜드가 된다는 환상이 자리 잡고 있다. 농산물 뿐 아니라 지역 축제를 비롯한 대부분의 지역 브랜드가 그러하다. 하지만 나름의 독창성과 철저한 브랜드 관리를 통해 한국을 대표할 만한 파워 브랜드로 성장한 지역 브랜드들도 있다.
제주올레길
국민 관광지 제주에는 한해 700만명 이상 관광객이 다녀간다. 신혼여행, 수학여행, 효도관광, 각종 컨퍼런스 등으로 웬만한 사람들은 제주도를 한번 이상씩 방문했다. 이들에게 누군가 “당신이 지금까지 본 것은 진짜 ‘제주’가 아니었다. ‘새로운 제주’를 만나러 오라”고 한다면 어떻게 반응 할까? 실제로 제주에서는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제주’를 만끽 ‘제주 올레길’ 여행이 관광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제주 올레길은 ‘놀멍 쉬멍 걸으멍’ (놀면서 쉬면서 걸의면서의 제주 사투리)이라는 특유의 걷기 철학을 갖고 있다. 올레길 걷기는 곧 자연과 함께 호흡하고 걸으며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하고 새로운 나를 찾는 여행이다. 제주 올레길은 ‘점(點) 여행’ 패러다임을 ‘선(線) 여행’ 패러다임으로 바꿨다. ‘점(點) 여행’이란 차를 타고 그냥 명소 중심의 이동이다. A 장소를 둘러보고 곧 바로 B 장소로 차를 타고 이동하는 방법이다. 관광객이나 가이드 모두 시간에 쫓기고 그냥 바라보다가 사진 찍기에 바쁘다. 그리고 ‘남는 것은 사진 밖에 없다’며 애써 벌어지는 상황들을 깔끔하게 해석해 버린다.
하지만 ‘선(線) 여행’은 끊김이 없이 하나의 테마를 갖고 유유히 이어간다. 걸으면서 보는 것 자체가 관람이고 걸어다니는 길이 명소가 된다. 또한 동행한 이들과 대화를 나누며, 혹은 혼자 사색에 잠기며 자연과 함께 새로운 스토리를 끊임없이 만들어 낸다. 이러한 올레길 걷기에 매력을 느낀 이들은 다시 올레길을 찾는다. 한두번 찾다보면 매력을 넘어 ‘올레길 중독’에 까지 이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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