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휘날리며’가 관객 600만명을 넘어설 무렵 인터넷을 중심으로 영화 속 뜨거운 형제애가 담기 장소인 ‘두밀령’에 기념비를 세우자는 서명운동이 일어났다. 두밀령. 정확히 말하자면 최전방인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에 있는 능선이다. 휴전선에 인접해 있고 한국전쟁 당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빤치볼 고지’, ‘피의 능선’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사실 두밀령에 전투는 있었지만 이진태와 이진석은 없었다. 그건 단지 영화속 가상의 스토리였을 뿐이다. 그리고 기념비 건립을 위해 서명을 했던 수많은 사람들 중 두밀령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전쟁을 격어 보지 않았던 세대들에게 영화 속 두밀령 이야기는 남북 분단과 전쟁의 고통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해준 공간으로 다시 창조 되었다. 일방적인 정보 전달 위주의 통일교육을 받았을 때 별 다른 반응을 하지 않던 사람들이 영화 한편을 통해 분단과 통일에 대해 생각해 보고 뭔가 해보고 싶은 영감(靈鑑)을 얻었다. 이것이 <태극기 휘날리며>가 만든 통일에 대한 의도하지 않은 부드러운 개입이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는 여운은 아직도 우리에게 남아있다. 2010년 천안함 사건 당시 온 국민이 46명의 희생당한 젊은 군인들의 소식을 듣고 가슴 아파했다. SBS와 MBC는 천암함이 인양 되고 시신을 수습하는 내용을 보도하면서 몇몇 보도 꼭지 배경 음악으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OST 활용했다. 많고 많은 배경 음악 중 왜 <태극기 휘날리며>의 OST를 사용했을까? 그것도 2개의 방송국에서... 아마도 영상 편집 담당자들은 천암함의 슬픔을 보며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느낀 아픔이 자연스럽게 오버랩(Overlap)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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