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시대를 다룬 영화 <레즈>에는 혁명을 상징하는 노래 한곡이 등장한다. 이 노래의 이름은 ‘The Internationale’ 다. 우리말로는 ‘인터내셔널가’, 혹은 ‘국제가’로 불린다. 인터내셔널가는 러시아혁명 일어나기 40여년전 프랑스에서 시작된다. 인터내셔널가가 탄생한 곳은 1871년의 프랑스 파리다. '파리코뮌(Paris Commune)'은 프랑스와 프로이센간의 전투 속에서 탄생했다. 나폴레옹3세 실정과 프로이이센과 전투에서 패해 파리를 버린 것에 분노한 프랑스 국민들은 급진 정치세력인 자코뱅 등이 주축이 되어 파리를 중심으로 자치정부인 코뮌을 형성하게 된다.
파리 시민들의 직접 선거를 통해 선출된 80여명의 코뮌 평의회 의원들의 상당수가 노동자였다. 평의회에는 급진적 자코뱅 출신인 직물 관리 노동자인 외전 포티도 있었다. 외전 포티는 훗날 전 세계 혁명가들의 노래가 될 ‘인터내셔널가’의 가사를 쓰게 된다. ‘모든 국민의 완전한 무상의무교육’ 같은 당시로는 급진적인 조치를 취한 파리코뮌은 72일 만에 프랑스 정부군과 기득권층의 힘에 의해 수 만 명이 무참하게 살해당하면서 무너졌다. 노동자 민중 자치정부인 파리코뮌의 실험은 실패로 끝났지만 사람들과 함께 했던 현장을 선명하게 기억은 외젠 포티에의 시에 담겨 혁명가 '인터내셔널가'로 남았다. 그리고 1888년 피에르 드제이테가 시에 곡을 붙여 지금 불리는 ‘인터내셜가’의 노래가 완성 되었다.
이렇게 혁명 속에서, 수만 명의 피울음 속에서 탄생한 인터내셔널가는 사회주의 혁명인 러시아 혁명에서도 모습을 드러낸다. 1917년에 혁명에 성공한 러시아의 사회주의자들은 자신들이 건설한 소비에트연방의 국가로 ‘인터내셔널가’를 채택한다. 러시아 혁명의 리더 레닌은 자신이 직접 인터내셔널가의 가사를 러시아어로 번역했다. 그리고, 1944년에 '소련찬가'를 국가로 정하기 전까지 ‘인터내셔널가’는 소련의 공식 국가로서 불리게 된다.
프랑스 혁명을 통해 탄생하고 러시아 혁명의 현장에서 울펴 퍼진 ‘인터내셔널가’ 자연스럽게 전 세계의 사회주의자들의 공식 혁명가로 자리매김했다. 혁명을 꿈꾸는 모든 곳에서 인터내셔널가는 그 곳에서 사용하는 언어로 다시 태어났다. 그러나, 언어라는 '형식'은 다르지만 그 형식 안에 담은 '내용'은 자신이 처음 태어난 파리코뮌 시절부터 변하지 않았다. 그것은 바로 '혁명'이라는 내용이다. 지금도 매년 5월 1일 노동절이 되면 전 세계의 노동 현장에서는 이 노래가 울려 퍼진다. 그리고 북한 역시 이 노래를 부른다.
사실 각 나라마다 사정에 따라 약간씩 번역에 차이가 있다. 가사 뿐만 아니라 곡 자체도 재즈연주곡이나 피아노 독주용으로 편곡되는 등 다양하게 변주되고 있다. 중국의 락그룹 ‘탕다이내스티’는 록버전으로 편곡하기도 했다. 특히 인터내셔날가는 영화의 배경음악으로도 자주 등장하기도 한다. ‘레즈’ 뿐만 아니라 러시아혁명을 배경으로 한 <머나먼 도나우강>과 <닥터 지바고>에서는 영화에 삽입되어 장중하게 울려 퍼진다. 스페인 내전을 다룬 영화 <랜드 앤 프리덤>에서는 파시스트와 투쟁하다 전사한 동지를 묻으면서 이 노래를 부른다. 이때 이 노래는 하나의 결의를 담은 투쟁가로 다가온다. 이 노래는 단순한 영화속의 설정이 아니라 실제 역사의 현장 속에서 불려지며 사람들의 의식을 고취했다.
1989년 천안문 사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천안문>에서도 이 노래가 나온다. 천안문 울려 퍼진 이 노래는 ‘인터내셔널가’를 부르며 혁명에 성공했으나 결국 부패해 버린 ‘권력’에 대한 저항 이었다. 유튜브 사이트에는 1989년 천안문에서 불려인 인터내셜가 동영상이 게재 되어있다. 영화 <양철북>에서는 어느 누군가가 창 밖에서 살며시 '인터내셔널가'를 연주한다. 주인공 어머니의 장례식장에 두 사람이 근처에도 얼씬하지 못하고 쫓겨나는 장면이 있다. 그 두 사람 중 하나는 유대인이었고, 또 한 사람은 살며시 이 노래를 연주했던 이였다. 나치 치하에서 가장 혹독하게 탄압을 받았던 이들이 유대인과 사회주의자였음을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겠다.
<티벳에서의 7년>과 <에어포스원>에서 흘러나오는 '인터내셔널가'는 서방의 입장에서 이 노래의 의미를 확 비틀어버린다. <티벳에서의 7년>에서는 중국이 티벳을 침공할 때 이 노래가 흘러나옴으로써 사회주의자들이 그토록 경멸하는 ‘제국주의’ 행진곡 같은 이미지를 준다. 그리고 <에어포스원>은 상당히 묘한 장면에 이 노래를 삽입시킴으로써 노래를 희화화한다. 사연 많은 노래인 인터내셔널가는 이외에도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 되며 영감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노래의 유명세만큼 한국의 일반인들에게는 인터내셔날가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간혹 많이 들어는 보았는데 아 그게 이 노래였던가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동안 금지곡은 아니었지만 분단과 이념갈등 속에서 사회주의권에서 애창되던 노래는 ‘금지되지 아니한 금지곡’ 취급을 받았다. 1871년 '파리코뮌'의 혁명적 열정과 좌절 속에서 탄생한 인터내셔널가는 140여 년의 긴 세월동안 전 세계 곳곳에서 혁명가(주로 공산주의자, 사회주의자, 무정부주의자, 노동운동가 등)들의 입가에 오르내렸다. 인터내셜널가는 혁명가들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다.
마치 기독교인들이 자주 부르는 ‘어메이징 그레이스’와 같은 역할을 한다. 노래의 가사나 불렀던 사람들이 어떤 사상을 갖고 있느냐도 중요하지만 그 노래가 어떻게 세상에 태어나고 그 노래가 불려졌던 시대적 배경도 함께 파악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 ‘어메이징 그레이스’에 좀더 친숙하고 ‘인터내셔널가’가 이질적이고 부정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고 해서 노래에 담겨져 있는 시대적 배경과 의미에 대해서도 외면하면 안 된다. 자본주의의 모순이 계속 되는 한 사회적 소외를 받는 이들은 어떤 형태로든 계속 나올 것이고 그들에 의해서 ‘인터내셔널가’는 계속 불려 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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