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혁신/사회적기업(SE)

금융소외와 마이크로크레딧

  


‘쩐의 전쟁’의 ‘금나라’가 ‘마이크로크레딧’을 알았다면...

2007년 한국 최고의 인기 드라마는 SBS에서 방영된 박신양 주연의 ‘쩐의전쟁’이었다. 여기서 ‘쩐’이란 돈의 한자인 전(錢)의 은어인데 이 드라마의 주요내용은 주인공 금나라(박신양 분)가 아버지의 카드빚과 사채빚을 물려받고 파멸하는 모습과 이를 딛고 일어서며 본인을 빚의 구렁 속에 넣었던 대부업에 진출하여 좀 특이한(?) 사채업자가 되는 과정 등을 그리고 있는데 이를 통해 한국 카드업계의 실태와 현 대부업의 실상, 합법적인 사채업의 비합법적 운용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돈 때문에 처참하게 몰락한 한 사내의 이야기를 통해 자본주의의 비정함을 현실적으로 잘 묘사한 작품이어서 당시 각종 언론 매체는 온갖 ‘쩐의 전쟁’ 이야기뿐이었다. 심지어 쩐의 전쟁이 방송 될 때마다 며칠이 되지 않아 ‘민주노동당’에서서 드라마에서 나타난 사례들을 이야기하며 서민들에게 그 상황에 대처하는 법을 브리핑하는 아주 기현상까지 발행했을 정도다. 만약, 드라마 속의 금나라가 사채업자의 길로 가지 않고 빈곤계층을 위한 대안 금융인 ‘마이크로크레딧’의 지원을 받아 역경을 이겨냈으면 어땠을까? 아마 그렇게 되었다면 드라마가 아닌 다큐멘터리 ‘인간극장’ 주인공으로 더 어울렸을 법하다.
 


 

우리주변에 ‘금나라’와 같은 사례는 너무도 많다.

‘쩐의 전쟁’에서 ‘금나라’가 겪은 지옥과 같았던 돈의 이야기는 단순 드라마 속에만 국한 되지 않는다.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공개적으로 말은 못하지만 돈과 관련되어 힘들어 하는 이들이 무척 많다.

공장자동화로 인해 사람이 하던 일을 기계가 대신하게 되면서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이 생기고, 국내 인건비 상승으로 기업들이 해외 나가게 되면서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이 발생한다. 또한 노동시장이 유연화 되면서 실업률이 높아지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인 소득을 얻지 못하고 생활 형편이 어려워진다.

이런 사람들을 전문적인 용어로 근로빈곤층이라 한다. 이들 대부분은 이전에 일하던 직종이나 직장 수준의 일자리를 찾기 힘들며 이들 중 상당수는 생계를 어쩔 수 없이 자영업을 하거나 자영업 창업을 희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들이 양질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 받기는 그리 쉽지가 않다.

우리나라는 개인신용평가 기준에 의해 신용등급을 1등급에서 10등급으로 나누는데 은행 대출을 받기 힘든 7등급 이하에 해당되는 사람이 무려 720만 명이다. 우리나라 인구 4800만 명 가운데 아이들을 제외한 경제활동인구가 대략 3500만명 정도다. 720만 명이면 경제활동 인구의 대략 20%에 해당된다. 이들은 은행에서 돌을 빌릴수가 없다.

은행이나 제도권 금융권에서 돈을 빌릴 수 없는 것을 ‘금융소외’라고 한다. 은행은 금융 소외자에게 신용만으로는 대출해 주지 않는다.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담보와 타인의 보증을 요구한다. 신용등급이 높지 않으니 대출이 부실화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담보를 설정하고 제3자를 통해 보증을 서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은 대부분 경제적 취약계층에 해당되기 때문에 담보를 설정할만한 부동산등과 같은 재산을 갖고 있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며 설사 담보 물건이 있다 하더라도 경제적 가치가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또한 이들 대부분은 사회 경제적 네트워크가 약하기 때문에 이들을 위해 보증을 서줄 사람도 찾기 힘들며 대부분 가족이나 친척들이 보증을 서는 경우가 많은데 돈을 빌린 사람이 빌린 돈을 갚지 못할 경우 이 빚은 고스란히 가족이나 일가친척이 떠안게 된다.

한마디로 가난한 사람들은 신용과 담보가 없어 은행으로부터 돈을 못 빌리고 돈을 빌리지 못해 자립과 자활을 위해 투자 할 수 있는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계속 가난하게 살아가거나 더 심한 경우 그 자손들도 가난의 굴레를 못 벗어나는 빈곤의 악순환 가운데에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금융소외의 문제는 의지는 있으나 경제적 도움이 필요한 사회 취약 계층에게는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를테면 소액 창업이나, 교육 등에는 돈이 필요한데, 이를 구할 곳이 없고, 결국 사채와 같은 고리대금을 찾게 되면 높은 금리로 파산을 하게 되는 악순환에 이르게된다. 이러한 금융소외자들은 약 70~80만 명에 이른다.

이러한 금융소외자들을 위한 대안으로 마이크로크레딧이 주목 받고 있다. 마이크로크레딧은 무담보, 소액대출, 그리고 철저한 밀착형 관리와 공동체성 회복의 성격을 갖고 있다. 금융소외자들에게는 새로운 희망인 것이다. 마이크로 크레딧은 빈곤의 악순환을 방지하고 경제적 취약 계층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필요한 금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