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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이야기/브랜드

브랜드 액티비즘, 한국 기업들에게 왜 어려운가?

 

브랜드 액티비즘(Brand Activism)은 기업이 사회적, 정치적, 환경적 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취하고 이를 공개적으로 표명하는 활동을 말합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브랜드 액티비즘은 쉽지 않은 선택입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국 사회는 문화적으로 보수적이고 집단주의적인 경향이 강합니다. 이런 사회적 특성은 기업이 분열을 일으킬 수 있는 민감한 이슈를 다루는 데 신중할 수밖에 없게 만듭니다. 특히, 소비자들은 기업이 정치적 또는 사회적 논쟁에 관여하기보다는 양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집중하기를 기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한국의 정치적·사회적 환경은 극심한 양극화를 보이고 있습니다. 기업이 특정 이슈를 지지하면, 자연스럽게 반대 입장을 가진 소비자들과의 갈등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이로 인해 브랜드의 이미지가 손상되거나 특정 고객층을 잃는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여기에 더해 한국에서는 불매운동(Boycott)이 매우 강력한 소비자 대응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어, 브랜드 액티비즘은 종종 재정적 손실과 명성 훼손이라는 리스크를 동반합니다.

 

기업이 정부 정책을 비판하거나 논란이 되는 사회적 운동과 연대하는 경우, 정부와 규제 당국의 압박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한국 기업들은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하려고 합니다. 또한, 브랜드 액티비즘이 장기간의 역사를 가진 서구와 달리, 한국에서는 성공적인 선례가 많지 않아 기업 경영진이 쉽게 도전하기 어려운 것도 현실입니다.

 

한국 기업의 의사결정 구조 또한 브랜드 액티비즘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대다수의 한국 기업은 위계적이고 안정성을 중시하는 경영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화는 급격한 변화를 시도하거나 민감한 이슈에 대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는 데 제약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글로벌(Global) 시장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은 또 다른 딜레마를 안고 있습니다. 특정 국가에서 지지받는 브랜드 액티비즘이 다른 국가에서는 반감을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기업으로서 지역적 민감성을 고려하면서도 브랜드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무엇보다 한국 소비자들은 기업의 진정성에 대해 의심을 품는 경우가 많습니다. 브랜드 액티비즘이 진정한 사회적 책임감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마케팅 전략의 일환인지에 대한 회의적 시각은 기업의 신뢰도를 낮추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도전 속에서도 브랜드 액티비즘은 무조건 포기해야 할 영역은 아닙니다. 환경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이나 교육 지원처럼 보편적으로 긍정적인 가치를 지닌 이슈를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 한 방법입니다. 또한, 비정부기구(NGO), 정부 기관, 지역 사회와 협력해 진정성과 신뢰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논란이 적은 이슈를 선택해 소비자와의 신뢰 관계를 형성하고 점진적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전략도 유효합니다. 마지막으로, 브랜드 액티비즘의 동기와 목표를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것도 중요합니다.

 

한국 기업들이 이처럼 복잡한 환경 속에서 신중하게 접근한다면, 브랜드 액티비즘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더 많은 소비자와 깊이 있는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