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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한국/기업이준비하는통일

사회주의 속 시장, ‘장마당’



사회주의 계획 경제인 북한에서는 학용품, , 가구, 공구, 식품 등 모든 생활 필수품들을 국영상점에서만 배급을 하거나 판매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렇게 북한에서는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거의 대부분 국가에서 배급해 왔기 때문에 시장이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북한의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공장에서 각종 물자 생산이 안되었고 국영 상점에는 물건이 없어 문을 열지 못하는 곳이 많아졌다. 그나마 문을 연 상점에서 파는 물건은 된장, 간장, 소금 등 손가락으로 헤아릴 정도이기 때문에 원하는 물건을 마음대로 구할 수 없었다


그런 까닭에 주민들은 '장마당' 이라고 불리는 농민시장을 통해 국가에서 정한 가격보다 80배에서 100배나 높은 가격으로 물건을 구하는 일이 많아졌다. 한마디로 장마당은 북한에서 자연 발생적으로 생긴 시장이다


농민은 손바닥 뙈기밭에서 수확하고, 닭장 집에서 가공하고, 노동자는 기업소에서 훔치고, 군인은 군용차량을 빌려 주고, 관료는 국영상점에서 빼돌려 서로 바꿔 먹고 바꿔 썼다. 살아남은 자치고 배급제를 대신한 장마당의 신세를 지지 않은 자가 없었다.

 

북한이 자본주의적 요소인 장마당을 허용한 이유는 일부 부식물들과 일용품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한 상황이였기 때문에 장마당을 사회주의가 완성되기 전의 일시적인 현상으로 봤다


그러나 장마당은 농산물 및 각종 생필품 유통에 매우 큰 역할을 하였고, 북한 주민의 생활과 의식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1990년대 들어 경제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장마당이 본격적으로 외부사회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장마당은 국정가격과 달리 시장에서 결정되는 시장가격이 형성되어 있다.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시장가격이 국정가격보다 높다. 장마당에서의 거래상품은 원래 개인이 텃밭에서 생산한 채소류 등만 허용됐다.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사적 생산물, 국가 공식부문에서 절취·유출된 상품, 외국상품 등 제한 없이 거래 되고 있다.

 

장마당의 주거래 물품은 식량과 소금이다. 1995년 식량배급이 중단되면서 옥수수와 쌀의 거래는 급격히 늘어났고, 소금은 된장·간장공장의 가동 중단으로 거래가 시작됐다. 잡화로는 세탁비누가 가장 많고, 대부분 중국산이나 개인 제조품이다. 신발, 성냥, 라이터, 담배 등도 많이 팔리는 품목이다. 장마당의 거래제품도 점점 다양 해졌다. ·잎담배·계란 등 농산물에서부터 옷·신발··김치·두부 등 공산품과 식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해졌다


장마당의 이용자 수도 급속히 증가하였고, 장마당 구역 내는 발 디딜 틈이 없으며 자릿세도 고가로 거래된다. 도매상, 중개상 등 전문적인 장사꾼도 등장하고 있다. 주민들은 농민시장에서 옥수수·쌀 등 식량의 약 60%, 생필품의 약 70%를 구입하고 있다


북한의 장마당에서 거래되는 비공식 경제부문 재화들은 주로 개인적인 경제활동이나 국경 밀무역, 중국 상인과 조선족 동포들에 의해 유입된다. 공장·기업소에서 훔쳐온 물품들도 있다


그리고 생필품 뿐 아니라 남한 드라마 같은 일종의 문화 상품들도 거래된다. 암시장 거래형태는 금융부문까지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사채나 외환거래 등 암시장을 통해 다양화되고 있다. 이제 북한 주민들은 장마당을 이용하지 않고서는 경제활동을 할 수 없다.

 

지금 북한의 거시경제 상황은 좋아지고 있으나 전통적인 사회주의 계획경제체제 자체는 무너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로 인해 북한에서도 시장이 확대돼 북한주민의 약 90%는 시장에서 생계를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 탈북주민 대상 조사에 의하면, 시장을 이용해 본 경험이 97.8%에 달했다. 시장에서 장사 경험률도 25%에 이른다. 이와 동시에 북한경제가 플러스성장을 하면서 지역간, 계층간 양극화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탈북자 조사에 의하면 월 평균소득의 격차는 상위계층과 하위계층간 18배에 달한다. 


이렇듯 북한식 시장경제의 현장이라 할 수 있는 장마당에서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물품의 가격이 수요와 공급에 따라 이뤄지며 사적인 이윤 동기에 따라 생산이 이뤄지는 등 많은 부분에서 시장경제 원리가 작동하고 있으며 긍정적, 부정적 효과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북한주민들에게 자본주의 경제 메커니즘을 자연스럽게 학습시키는 교육장 역할을 장마당이 감당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