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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한국/기업이준비하는통일

모기장속의 변화



북한은 1999년 신년사에서 제국주의자들의 침투를 막기 위해 모기장을 든든히 치고 적들의 내부 와해책동에 경각성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쉽게 말해 적절한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개방을 하되, 불필요한 자본주의 도입을 막기 위해 모기장을 2, 3중으로 쳐야 한다는 폐쇄의 논리다이러한 북한의 기조는 오늘 날까지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


하지만 겉으로는 모기장 이야기하며 강한 척하는 북한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과거에는 일부 특수 계층만이 외부 정보를 접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보통 사람들도 남한의 소식을 접하거나 드라마를 비롯한 외부에서 들어온 문화콘텐츠를 즐기고 있다. 좋아하는 남한 배우도 있고, 인기를 끄는 드라마도 늘어나고 있다


대중문화뿐만 아니라, 상품의 유통도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식량이나 의약품과 같은 필수품에서 비누나 치약 등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북한 사람들이 접하는 남한 물품의 종류도 다양하다. 단순히 남한 것을 찾는 수준이 아니라 특정 회사의 특정 물품을 골라서 구매할 정도이다


한국과 중국 등지로부터 들어온 문물은 당연히 북한 주민들의 생각을 바꾸고 있다. 남한이 잘 살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고 상대적으로 북한 체제가 문제가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사회 구조도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북한의 전통적인 집단 간 서열 관계도 바뀌고 있다. 시장에서 능력을 발휘한 사람들은 도매상을 거쳐 북한 사람들이 돈주혹은 사회주의 자본가라고 말하는 새로운 부유층이 생겨나고 있고, 이념보다는 물질을 중요시하는 가치관의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는 지배정당인 조선로동당 당원들만이 권력을 누리고 각종 이권에 개입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더 이상 그렇지가 않다. 때로는 당원이 되는 것이 거래와 흥정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또한 배급제의 붕괴는 주민들을 직장에 묶어 놓는 계기를 상실하게 하여 사회적 이동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식량을 구하기 위하여 혹은, 장사하기 위하여 사회적 이동이 확대된다는 것은 곧, 정보 유통의 활성화와 이어진다


이러한 과정에서 정치적 비교의식이 발전하게 된다. 그리고 국경 지역의 외국 핸드폰 확산, 메모리스틱 USB의 보급 그리고 외화벌이를 위하여 외국을 드나드는 사람들(외국 식당 종업원, 해외 파견 건설노동자 등 외부 문화를 전달함으로서 과거의 전통적인 북한 사회통합은 기대하기 힘들어 졌다.

 

이제 북한 국경지대에서 중국 휴대폰을 통해 남한과 통화하거나 카카오톡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더 이상 뉴스거리가 되지 못한다. 북한이라는 거대한 모기장 속에서 변화의 바람은 이렇게 서서히 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