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대 한화룡 교수는 1990년대 후반 탈북자의 수기와 면담을 통해 북한 주민들의 의식 구조가 네 가지 신화로 되어있음을 발견했다. 한화룡 교수가 저서 「4대 신화를 알면 북한이 보인다」에서 밝힌 북한의 4대 신화는 다음과 같다.
1. 김일성이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 통치에서 조선을 해방 시켰다는 ‘해방신화’
2. 북한이 1950년 북침한 미제와 남조선 괴뢰 도당을 물리치고 승리했다는 ‘승리신화’
3. 북한은 세계가 부러워하는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했다는 ‘낙원신화’
4. 미제와 남조선 괴뢰 도당의 압제 아래 신음하는 불쌍한 남조선 동포를 해방시켜야 한다는 ‘통일신화’
지금은 시대가 바뀌어 북한 사람들이 남한을 비롯한 바깥세상의 실정을 많이 알게 되었지만 1990년대 까지만 해도 북한은 이와 같은 4대 신화를 바탕으로 사회의 전반적인 시스템이 구성되어 있었다. 특히 북한은 ‘한 시대의 두 제국주의’(일본, 미국)를 물리쳤다는 일종의 자존심을 갖고 있었다. 특히 청년 김일성이 항일유격대로 활약했던 1930~40년대는 북한판 ‘건국신화(?)’를 만드는 데에 더 없이 좋은 소재를 제공했다.
청년 김일성의 항일유격대는 일본군의 토벌 작전을 피해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며 1938년 12월부터 1939년 3월까지 중국 몽강현 남패자(현재 길림성 정우현)에서 압록강 연안 장백현까지의 100일간의 행군을 하게 되는데 북한에서는 이 사건을 ‘고난(苦難)의 행군’으로 기린다. 중국 공산당이 국민당의 장개석에 쫓기며 서안으로 피신한 ‘대장정’과 같은 이치다.
북한의 역사 속에서 ‘고난의 행군’은 1990년대 중반에 다시 나타났다. 1994년 7월에 김일성이 사망하고, 뒤이은 자연재해 및 경제난 심화 등에 따른 체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만들어 낸 대중 노력동원 캠페인이 바로 ‘고난의 행군’이었다. 이는 김일성이 ‘일제하 어려움을 극복하고 조국광복을 이루었다’고 선전하고 있는 것처럼 모든 주민들이 현재의 난관 속에서도 신념을 버리지 않고 김정일을 중심으로 굳게 뭉쳐 시련을 극복하고 사회주의의 승리를 이룩하자는 뜻을 담았다. ‘고난의 행군’은 북한 주민들의 자발적인 노동참여와 혁명의지를 다시 가열 하고픈 의지에서 나왔지만, 남한과 국제사회의 경제지원으로 경제난이 완화된 2000년 즈음 공식적으로 종료를 선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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