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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한국/통일시대를 살다

북한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다




이념의 철옹성과 같은 북한에도 변화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북한의 미래를 이야기 할 때 마다 언급되는 것은 후계자 김정은 체제가 지속가능할 것인지와 북한 핵문제 해결 등 지금 당면한 문제들이다. 북한 체제는 단 1년 아닌 수개월 앞도 예측할 수 없을 만큼 안개 속에 감추어져 있다. 남한 정부도, 북한 전문가도, 언론도, 모두 북한 최고 지도자들의 정치적인 리더십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설사 김정은의 리더십이 굳건해 지고 핵을 통해 나름의 이익을 계속 취하더라도 북한 체제는 10년 안에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북한은 과거처럼 중앙의 절대 권력이 강력한 정보 통제를 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의 묵인 아래 곳곳에 장마당이 성행하고, 수시로 중국 국경을 넘나드는 사람이 많아졌고, 국경 부근에서 중국 휴대 전화 통화도 가능해졌다. 중국이나 남한에 있는 탈북자들이 나라 밖의 소식을 북한 내부로 전하고, 북한 내부 소식이 북한 관영 언론을 거치지 않고 남한 인터넷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한다. 과거와 같은 정보 통제가 힘들다는 것을 북한 당국 스스로 잘 알고 있다. 이전과 다른 다양하고 새로운 현상들이 북한 사회에 나타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북한에 부는 ‘한류’ 문화 현상이다. 한류 문화 콘텐츠는 중국-북한을 거치는 유통구조가 반영돼 북한 내에도 막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더 이상 북한에서 만든 자체 콘텐츠는 북한 사람들에게 매력을 주지 못한다.


또한 10년 뒤 북한의 위기는 내부 ‘인구’에 구성의 변화에도 있다. 2010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표한 '2008년 북한 인구센서스를 통해 본 북한 보건지표 평가'에 따르면 2008년 북한의 인구 연령분포를 보면 경제적인 형편이 비교적 좋았던 1960년대 초에서 1970년대 중반 사이에 태어난 인구는 많은 반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기 시작한 1990년대 이후 출생자는 적은 편이다. 그리고 1980년대 이후 출생자들은 성장기에 나라가 경제적 위기를 맞아 영양 상태가 좋지 못하고 과거 세대만큼 정상적인 교육을 받지 못한 이들이 많다. 2020년이 되면 북한 체제의 전성기인 1960년대에 태어나 안정적인 시스템에서 양육된 이들이 50~60대에 이르게 된다. 이들 역시 북한 체제에서 힘들기는 마찬가지지만 적어도 성장기 때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성장기에 제대로 먹지도, 교육받지도 못한 이들의 첫 세대인 1980년대 출생자들은 30~40대가 되어 나라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물론 엘리트층들은 이전과 다름없이 안정되게 커왔겠지만 그 이외의 계층은 이전 세대와 확연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절대 인구가 부족해져 군대, 공장 같은 북한 운영에 필요한 각종 일터에 사람이 부족한 시대가 도래 할 것이다. 그리고 남은 인구마저 성장기 때에 영양을 제대로 공급 받지 못하고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은 이들이 많아 사회를 운영하는 데에 있어 사람이 없는 인구난과 양질의 인적 자원 부족이 북한 체제를 위협하는 새로운 요인이 될 수 있다. 실제적으로 북한은 2012년 군대 입대 자격이 되는 신장의 하한선을 145cm에서 142cm로 낮췄다. 2012년 군 입대 대상자는 1995년생으로 ‘고난의 행군’이 시작된 시점이다. 남한에서는 11-12세 어린이의 평균 신장이 이미 145cm를 넘어섰다.


지금 북한에게 남은 것은 ‘허울뿐인 체제에 대한 자존심’, ‘핵 기술’ 그리고 ‘평양’이라는 우리식 사회주의 상점의 쇼윈도(Show Window) 뿐이다. 그 이외에는 없다. 외화난, 에너지난, 식량난, 원자재난에 이어 향후 인구난까지 예상된다. 이제 답답한 체제 가운데 겨우 겨우 연명하던 사람들의 숫자마저 줄어들고 있다. 북한의 다음세대는 지금 보다 형편이 여러모로 더 열악할 것이다. 북한은 지금 새로운 사회를 위한 디자인이 필요한 때다. 그 디자인의 핵심은 사람에 대한 ‘존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