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일한국/통일시대를 살다

영화 <굿바이레닌> (2003) - 엄마를 위한 지상 최대의 거짓말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1990년 10월 통일이 되기까지의 시간은 동서독 모두에게 기대감에 가득 찬 설레임의 시간이었다. 하지만 통일 이후 동서독은 서로를 이해하고 세워주는 데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가장 변화의 충격을 크게 받은 부류는 동독지역에 거주하며 과거 사회주의 동독에 애착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이질적인 자본주의 시스템에 적응해야 했고 무엇보다 그들이 믿고 따르던 가치와 신념을 내려놓아야 했다.


독일의 영화 감독 볼프강 벡커는 2003년에 통일 뒤 바뀐 환경 속에 놓여 있는 동독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굿바이 레닌>을 제작한다. 영화 <굿바이 레닌>은 베를린 장벽 붕괴의 현장에서 그 사건을 가장 당혹스럽게 만났던 한 가족의 이야기다. 이 영화의 스토리는 비교적 단순하다. 동독을 끔찍이 사랑하는 평범한 주부이자 교사인 주인공의 엄마 크리스티아네(미세스 케르너)는 베를린 장벽 붕괴 직전, 민주화 시위에 참여한 아들 알렉스(다니엘 브뢸)를 보고 실신하게 되고 혼수상태에 빠지고 만다. 8개월이 지나고 다행히 엄마는 의식을 회복했지만 그 사이 동서독은 통일이 되었다. 동독 화폐가 사라지고 통조림, 오이 피클까지 동독 상품은 대다수가 절품됐다. 거리엔 자본주의의 상징인 대형 광고판이 줄지어 들어섰다.


동독 사회주의가 붕괴한 것을 알면 엄마가 다시 위독한 상태가 될까봐 아들 알렉스와 가족들은 지인들을 동원해 동독이 아직도 건재한 것처럼 코미디 아닌 코미디를 벌인다. 옛 동독 물건들의 상표를 찾아 쓰레기통을 뒤지기도 하고, 어머니의 생일날에는 사람들을 불러 모아 옛 동독의 노래들을 복원한다. 코카콜라의 거대 입간판을 보고 충격 받은 엄마를 위해 코카콜라가 실은 1950년대 동독에서 개발한 제품이었다는 엉터리 뉴스를 만들며 엄마에게 사랑을 표현한다.


이렇듯 영화 <굿바이 레닌>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가족 문제와 독일 현대사를 아우른 작품이다. 어머니를 위한 아들의 ‘착한 거짓말’이라는 ‘순수한 그릇’에 20세기 최대 사건중의 하나인 ‘독일 통일’을 담아냈다. ‘착한 거짓말’이 과연 옳은가, 옳지 않은가의 논쟁을 떠나 영화 <굿바이 레닌>은 같은 분단을 경험한 우리에게 공감이 가는 이야기이다. 영화 <굿바이 레닌>은 한마디로 시대 속에 버림받은 개인에 대한 위로다. 그 위로엔 국가와 이념을 넘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주인공들의 잔잔한 메시지들이 짙게 배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