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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혁신/사회적기업(SE)

콜라보래이션(Collaboration) 마케팅을 활용한 사회적경제 진흥방안 (4)

5) 우리나라의 사회적 경제


경제용어 중에 ‘고용 없는 성장’ (Jobless Growth)이라는 말이 있다. 일반적으로 경제가 발전하면 일자리가 늘어가는 것이 일반 상식과도 같았지만 지식정보화가 급격히 진행 되고 세계화로 인한 해외로의 생산 시설이전 등의 이유로 경제의 규모는 커지지만 오히려 일자리는 줄어들어들게 된다. 서구 선진사회가 일찍부터 겪었던 고용 없는 성장을 우리나라도 지난 1990년대 후반부터 경험하게 되었다. 특히, 우리사회에서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사회적 경제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등장했다. 무한경쟁, 승자독식, 그리고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기려는 신자유주의 질서가 확대되면서 실업과 빈곤이 날로 심화되었기 때문이다. 이때 정부는 간병, 노인요양, 장애우 복지 등 사회적 서비스 부분에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회적 일자리 서비스 정책이 실시되었다. 고용 없는 성장이 계속되고 있는 현실에서 사회서비스의 잠재력을 보았고 고용창출의 여력을 보았다.






한국 사회적 경제의 시작은 199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0년대 초반 빈민 지역을 중심으로 사회적 경제의 맹아라 할 소규모 노동자협동조합이 등장했고, 1996년에는 정부 차원에서 다섯 곳의 ‘자활지원센터’를 설립했다. 2003년에는 ‘사회적 일자리 사업’이 시행되면서 드디어 ‘사회적’이라는 말이 정책 용어로 쓰이기 시작했다. 사회적 일자리 사업은 수익성은 낮지만 사회에 꼭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이를 취약계층에게 맡겨 일자리를 창출하는 두 가지 목적을 갖고 실시되었다. 이런 정책 흐름은 이후 2007년 사회적 기업법 제정, 2010년 마을 기업 육성, 2011년 협동조합기본법 제정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우리의 사회적 경제는 정부 중심으로 극심한 실업 해소를 위한 일자리 창출 정책으로 도입된 측면이 크다. 사회적 기업과 마을 기업이 대표적 사례이다. 정부는 저소득자, 고령자, 장애인과 같은 취약계층에게 일자리 또는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지역에 공헌하는 기업을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하고 인건비와 4대 사회보험료 지원, 법인세와 소득세 감면, 경영서비스 지원의 혜택을 제공했다. 마을 기업 육성도 마을주민이 주도적으로 지역의 각종 자원을 활용하여 안정적 소득 및 일자리를 창출하는 마을단위 기업을 선정하여 최장 2년 동안 8천만 원의 사업비와 경영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그 결과 2007년 50개였던 사회적 기업은 2012년 말 774개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종사자 수는 2539명에서 1만 8689명으로 증가했으며, 이 중 취약계층 종사자 수는 1403명에서 1만 1443명이다. 마을 기업은 2010년 184개에서 2012년 8월 기준 781개로 증가하였다. 333억 원의 매출액과 5777개의 일자리 창출을 달성하고 있다. 단기간에 많은 양적 성장을 이루었고, 사회적 관심을 모으는 계기가 되었다. 앞으로도 정부는 2018년까지 사회적 기업3000개, 마을 기업 1000개를 육성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사회적경제는 활성화 되고 있지만 시민사회의 준비 정도가 제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부 주도로 사업이 이루어지면서 문제점이 발생했다. 우선 정부는 사회적 기업이나 마을 기업이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보다 1~2년이라는 단기동안 인건비나 사업비 등 돈을 지원하는 방식에 집중했다. 당장의 성과를 측정하는데 집중하여 창업 수나 일자리 수 늘리기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단기 자금 지원은 그것이 끊기는 순간 많은 사회적 기업과 마을 기업의 존속을 어렵게 만들었다. 그 전까지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지탱해오던 기업들도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 나섰다가 뿌리에서 완전히 단절되는 경우가 발생했다. 또한 단지 정부 지원금을 받기 위해 사업에 뛰어드는 경우도 발생했다. 이로 인해 사회 혁신을 추구하고, 지역의 발전을 도모하며, 시장경제의 대안을 창출한다는 사회적 경제의 본래 의미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런 지적들을 수용하여 최근 발표된 ‘제2차 사회적 기업육성 기본계획(2013~2017)’은 사회적 기업의 가치 확산과 자생력 제고 등을 핵심 분야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사회적 기업의 상품 판매 통로 확대, 자금 및 투자 지원 확대, 공공구매 확대, 지역과 업종별 네트워크 운영 지원 등을 제시하고 있다. 직접적인 자금 지원 없이도 사회적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으로 정책의 방향이 옮겨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주체의 역량 부족과 사회적 경제의 가치가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 경제가 하나의 시대적 흐름인것은 사실이지만 그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는 선뜻 확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