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다른 주요 농작물과 마찬가지로 작황에 따라 가격의 변동이 극도로 심해 생산량이 너무 많을 경우 가격이 폭락하고 너무 적을 경우엔 폭등해 버린다. 오랫동안 서구의 국가들은 주로 재배하는 중남미와 인도차이나 반도의 빈곤 국가들이 공산화될 가능성을 막기 위해 국제 커피 협정 (ICA, International Coffee Agreement) 을 체결하여 전략적으로 커피의 가격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해 왔다 (1파운드 당 1.2 ~ 1.4불 선 - 이른바 코르셋 가격). 냉전시대에 미국과 소련(현재 러시아)은 자신들의 체제에 동조하는 국가들을 위해 각종 경제원조를 아끼지 않았는데 석유 같은 에너지를 저렴하게 공급한다던가 개발도상국에서 생산된 제품을 웃돈을 주고 구매하는 경우가 비일 비재했다.
1980년대 후반 동유럽 공산주의 붕괴 이후 경쟁자가 사라진 미국은 국제 커피 협정을 탈퇴해 버렸고, 이내 국제 커피 가격은 곤두박질 치기 시작한다. 이후 세계 시장이 개방화를 향해 치달으면서 커피의 값은 지속적인 하락곡선을 그리고 만다. 또한 브라질 같은 국가들이 커피 생산을 급속도로 늘리게 됨으로 인해 공급 과잉으로 인한 시장에서의 커피 도매 가격의 급락하는 일이 벌어졌고, 여기에 커피 경작지를 확대시켜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늘린 베트남이 커피 시장에 가세하면서 가격 붕괴는 더더욱 가속화되었다. 심지어는 1파운드 당 25센트까지 내려간 적도 있었다.
그러나 늘어난 공급량 만큼 커피의 수요는 늘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탄산음료 같은 커피를 대체할 수 있는 음료가 시장을 점령하면서 커피는 공급은 늘었으나 수요는 줄어들었다. 게다가 중간 유통 업자와 가공업자들에게 대부분의 이익이 돌아가도록 되어 있는 커피 유통 시스템으로 인해, 결국 피해를 보는 계층은 커피 재배 농민들일 수밖에 없었다. 커피 농사를 짓던 농민들은 줄줄이 파산해 갔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피 가공 업자들은 가공기술을 향상 시켜 통해 맛의 저하를 극복해 나갔기에 별 손해를 입지 않았다. 이때부터 커피 무역의 불균형을 극복하는 노력들과 커피 생산 농민들의 열악한 환경에 대한 개선 운동이 본격적으로 일어났다. 이에 따라 커피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대두되었고, 급기야는 커피 무역을 둘러싼 선진국과 저개발국 사이의 불균형에 대한 세계적 규모의 논의가 촉발되었다. 이러한 논의의 결과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공정 무역 커피 (Fair Trade Coffee) 다. 공정무역 커피는 네덜란드의 막스 하벨라르가 1988년 최초로 공정무역 최소가격제를 실시하였고 2002년 이후 공정무역 커피는 매년 2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2002년에 공정무역 커피 인증을 받은 생산자 조직이 175개에서 2007년에는 256개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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