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후기 대표적 실학자인 박제가는 저서 《북학의》에서 근검절약과 검소함으로는 나라의 경제를 발전시킬 수 없다고 하면서 소비를 장려해 생산을 촉진하고 상업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소비 미덕론>을 펼쳤다. 이는 조선을 농업이 아닌 상공업과 해외통상으로 먹고 사는 경제체제로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특히 박제가는 부(富)와 재물을 우물에 비유하면서 퍼내면 퍼낼수록 가득하지만 사용하지 않으면 말라버린다고 했다. 예를 들어 화려한 비단옷을 입지 않는 나라에서는 비단을 짜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직조 기술이 발전하지 못하고 견고하고 수려한 물건을 만드는 사람을 칭찬하지 않는 나라에서는 장인과 기술자의 솜씨가 형편없어 날로 기술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화려한 비단옷을 찾고 튼튼하고 수려한 물건을 원하는 소비자가 있으면 당연히 질 좋은 생산품이 나오게 되고 다시 소비와 생산을 매개하는 상업과 유통이 발달하게 된다. 이처럼 박제가는 소비가 활발하면 생산 역시 활기를 띠고 상업은 나날이 발전해 나라와 백성의 삶은 풍요로워진다고 보았다.
200여 년 전 실학자 박제가의 말처럼 소비는 미덕일까? 소비가 미덕인지 아닌지의 문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오랜 세월 논쟁이 되었던 문제다. 다만, 현대 사회에서는 소비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소비위축은 곧 경제 불황과, 투자위축, 실업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거치면서 ‘어느 정도의 적절한 소비는 미덕’이라는 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진정으로 소비가 미덕이 되려면 그 소비는 환경파괴나 자원고갈을 초래하거나 가난한 나라의 삶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것을 전문가들은 윤리적 소비라고 하는데, 윤리적 소비란 사람과 동물,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고 만들어 낸 물건을 적극적으로 사서 쓰는 것을 말한다. 윤리적 소비자는 아무리 값싸고 좋은 물건일지라도 그 기업이 생산과정에 노동자를 착취하거나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거나 동물을 가혹하게 다루거나 유통과정에서 하청기업을 착취하면 사지 않는다.
윤리적 소비자는 처음에 소비문화 운동에 동참하던 소수의 비주류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주류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다. 테스코, 나이키, 스타벅스 등 글로벌 기업들이 윤리적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상품과 정책들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최근의 윤리적 소비는 초창기 비윤리 제품의 불매에서 윤리적으로 긍정적인 제품을 구매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윤리적 소비는 제품의 자체에만 가치를 두지 않고 제품과 해당 기업의 사회적 역할 및 윤리성까지 고려한다. 윤리적 소비자는 그동안의 소비자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이기적인 소비자에서 공익적인 소비자로 진화한 사람들이다. 나만을 위한 소비에서 모두를 위한 소비로 전환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나 자신에게도 이익이 되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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