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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혁신

그림 한 점에 담긴 생각 -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

2009년 출간 했던 <새로운 자본주의에 도전하라>의 서문입니다... 밀레의 그림 '이삭줍는 여인들'을 묵상하며 글을 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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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하루의 일과를 끝낸 한 농부 내외가 황혼이 지기 시작한 전원을 배경으로 기도를 드리고 있는 프랑스의 사실주의 화가 밀레(Jean Francois Millet)의 그림 <만종(L'Angelus)>에 익숙하다. 우리는 달력, 액자, 탁상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밀레의 만종을 보아왔다. 미술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는 밀레의 대표 작품은 두 편인데 우리가 잘 아는 만종 이외에 이삭 줍는 여인들<(Gleaners, The)>이라는 작품이 있다. 
 





밀레가 프랑스 퐁텐블로 숲 근처의 샤이이 농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그린 이 작품은 추수가 끝난 황금빛 들판에서 이삭을 줍고 있는 나이든 세 여인의 모습을 배경으로 담고 있다.

이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가난한 시골 사람들이 땅에 흘려진 이삭을 주워 가져가는 것은 당시의 농촌 사회에서 널리 인정된 권리였다. 봄에 씨를 뿌리고 여름에는 김을 매고 가을에 거둔 풍성한 열매의 일정 부분을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나눈 것이다. 밀레의 걸작 이삭 줍는 여인들의 주제는 바로 ‘사랑의 나눔’이다. 가을의 이삭줍기는 비단 19세기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성경의 구약시대부터 존재했던 사회적 약자들을 배려하기 위한 제도였다.

우리 사회는 서구 사회가 200여 년간 이룬 산업화를 30년 동안의 압축 성장을 통해 이루었다. 그리고 급격히 전개되는 세계화와 지식정보화사회에서도 뒤처지지 않고 역량을 쏟고 있다.

하지만 성장의 이면에는 소외당하고 있는 사회적 약자들이 있다. 또한 고속성장의 이면에는 철저히 파괴되어 신음하고 있는 자연환경이 있다.

과거 농경시대 소외된 자들의 이삭줍기를 오늘날의 상황에 맡게 실천할 수 있는 21세기 신(新)‘이삭줍기’를 발견할 수 있을까?

이삭을 줍는 사람들의 모습이 성경에 기록된 것처럼 200여 년 전 밀레의 화폭에 그려진 이삭 줍는 세 여인들처럼 오늘날에도 상처받고 소외된 빈곤의 늪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이웃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