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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한국/통일과 나눔

공공의료서비스디자인포럼 인사말 (201902)

 

1850년대 크림전쟁에서 수많은 영국군의 생명을 살린 등불을 든 여인나이팅게일. 많은 이들이 백의의 천사로 동경해 마지않는 인물입니다. 나이팅게일은 간호사이기도 하며 공중위생과 병원에 관한 한 탁월한 행정가였습니다.

 

운영체계가 허술한 야전병원의 모든 실정을 기록으로 남기는 문서화 시스템을 도입하고 새 부엌과 세탁실을 마련했으며 병사들의 위생을 철저히 관리했습니다. 읽고 쓸 줄 모르는 병사들을 가르치기 위한 영어수업과 몇 가지 교양강좌를 마련하고, 독서실과 여가오락실 등을 개설했습니다. 심지어 병사들이 월급을 고향으로 송금할 수 있는 제도까지 갖추는 파격을 감행했습니다. 그 결과, 43%를 웃돌았던 나이팅게일이 담당했던 야전병원의 사망률은 3개월 만에 2%로 뚝 떨어졌습니다. 전쟁이 끝난 뒤 나이팅게일은 수집한 광범위한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군대위생 관리 실태를 바꾸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보건 의료 현장 뿐 아니라 사회 제반영역에서 디자인 싱킹서비스 디자인등의 말이 널리 쓰여 지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새로운 개념이 만들어 져서 사회를 혁신하는 것처럼 말하는 이들도 종종 있지만 사실상 160여년전 나이팅게일이 가졌던 고민과 문제 해결을 위한 실천과 큰 다를 바가 없습니다.

 

20여년전부터 우리는 탈북민을 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 들였습니다. 위험한 탈북 과정을 거쳐 한국에 온 이들은 어렵고도 힘든 정착과정을 거쳤습니다. 정부, 기업, 사회단체 할 것 없이 이들을 위한 서비스를 하려고 했지만 아직도 가야할 길이 먼 것 같습니다. 보건/의료 분야 역시 그동안 정책/제도에서부터 진료 서비스까지 다양한 방법을 통해 탈북민들을 도우려 했습니다. 많은 의료인들이 헌신하셨고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셨습니다. 하지만 탈북민 의료 지원 시스템에 대해서는 여러모로 아쉬움도 있습니다.

 

2년전 저희 재단은 국민대학교 디자인대학원 김성우 교수님팀과 협력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디자인싱킹을 통한 탈북민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의료서비스 개선이라는 주제가 신선하고 의미있게 다가왔습니다. 그동안 파편적으로 진행 되어왔던 탈북민을 위한 공공의료서비스가 하나의 체계적인 프로세스로 갈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디자인싱킹의 핵심은 인간중심즉 수요자 중심입니다. 기업으로 말하면 소비자요. 병원에서는 환자입니다.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서비스는 탈북민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디자인이 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너무나 당연한 이 개념을 한국 사회는 잘 받아 들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 자리는 보건/의료 영역에서 탈북민을 위한 서비스의 실태를 점검해 보고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를 모색해 보는 자리입니다. 160여년전 나이팅게일이 그리 했던 것처럼 객관적인 현황 파악과 서비스 및 제도의 개선을 통해 탈북민 공공의료 분야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기는 소망해 봅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이 자리를 만들어 주신 서울의료원 김민기 원장님과 관계자 여러분, 국민대 김성우 교수님, 발표해 주시는 여러 선생님들께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