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5월 3일...(참고-2003년 5월 2일에 쓴 글입니다.)
교보문고 강남점이 문을 연다. (위치-강남역 제일생명 사거리 교보타워내)
전시 매장이 1,800평이라니 초대형중의 대형이다. (참고-광화문 교보문고는 1,200평)
언론 보도에 따른면 교보문고 강남점 오픈을 기점으로 한국 서점가의 중심도 강북 광화문에서 강남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게 된다고 한다.
하긴 3년전 코엑스에 구 서울문고를 확장한 반디앤루니스가 오픈했고 이어 고속터미널에 영풍문고 강남점에 내일 교보 강남점까지.. 이제 광화문과 종로는 더 이상 한국 현대 서점가의 중심이 아니다.. 단지 발상지라는 옛 명성을 갖고 있을 뿐이다.
현재 종로에는 영풍문고가 광화문에는 교보문고가 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서점 하면 작년에 없어진 '종로서적'을 생각하고 있다. '종로서적'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한국 현대 서점의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종로서적은 조선기독교서회라는 이름으로 1907년 이 땅에 태어났다. 최초의 근대식 서점이었고 해방이후 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한국 서점의 대표주자였다. 한국 최고 그리고 최대의 서점이었고 그 만큼 '전통'과 '권위'를 인정 받던 곳이었다.
한국 서점가의 대표주자였던 '종로서적'이 작년 여름 조용히 사라졌다. 온국민이 한국이 폴란드를 상대로 월드컵 1승을 올렸다고 자축하던날 종로서적은 부채를 이기지 못해 최종부도라는 기업으로서의 사형 선고를 받았다. 이후 한국 서점을 대표하는 종로서적을 살리자는 문화계의 움직임이 있었지만 엄청난 부채의 애물단지가 되어버린 '종로'를 살리기에는 역 부족이었다.
종로서적은 왜 쓰러졌는가?
종로서적이 부도가 난뒤 1년여 가까이 여러차례 언론 보도를 접했고 그동안의 내가 종로서적을 다니면서 느꼈던것을 정리해 보았다. 결론 부터 말하자면 종로서적의 부도는 '전통'과 '자신이 최고'라는 것에만 의지하다 시장 및 사회환경을 적응하지 못한 데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1) 무적, 강적을 만나다.
1970년대까지는 한국 서점가에는 '종로서적'을 능가할 서점이 없었다. 한층당 200평 이상되는 중대형공간 5충이상을 사용하는 서점은 , 총 연면적 1000 평이상의 서점은 한국에 종로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당시 문화의 중심지가 종로였으므로 '지역적 위치'주는 어드벤티지도 톡톡히 누렸다.
하지만 1980년대 광화문 교보문고가 오픈 되면서 상황은 바뀌기 시작했다.
'천하무적 종로서적'의 권위에 도전하는 경쟁자가 나타나기 시작한것이다. 한국의 대형 서점은 이제 종로서적의 '독점'에서 '과점' 체제로 들어간것이다.
이어 1992년 보신각 건너편 영풍빌딩 지하에 '영풍문고'가 개점을 했다. 영풍의 개점은 종로서적을 쇠퇴케 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종로서적과 불과 몇 백 미터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고 결정적인 치명타는 지하철 1호선 종각역과 곧바로 연결 된다는 점이었다. 영풍문고가 종로서적의 아성은 도전 받기 시작했다. 고객은 '전통' 보다는 '편의'를 우선 순위로 여긴다는 단순한 이치가 서점 업계라고 예외 일 수는 없었다.
또한 1996년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개통으로 교보문고 마저 지하철과 곧바로 연결 되어 주변의 경쟁자들에게 접근성에서 완전히 밀리기 시작했다.
2) 서점은 책 전시장이 아니다.
서점은 문화공간이다. 책을 전시해 두고 사는 곳 뿐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책을 이야기 하고 문화를 꽃피우는 곳이다. 교보문고가 오픈 했을때 일반인들에게 관심을 끈것이 있는데 바로 서점안에 '멜로디스'라는 패스트푸드 샾을 두고 휴식 문화 공간을 제공 했다는 것이다. 영풍문고도 '하디스'와 '스바로'를 두어 고객들의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종로서적의 경우 처음에는 휴게실이 6층에 있어 접근성이 떨어졌을 뿐 아니라 휴게실 환경도 열악했다. 이후 3,4,5 층 창가에 전시대를 치우고 '숲속으 책'이라는 카페테리아를 두었지만 이미 종로서적이 기울어지기 시작한 뒤였다. 고객은 서점에서 책을 보고 이야기하며 문화를 이야기 하고 싶은데 그 욕구를 너무 늦게 알아 버린 것이다.
3) 애물단지 '기독교관'
종로서적에 가면 가장먼저 고객을 기다리는 곳이 '기독교관'이다. 1층에서 계단에 올라 2층에 올라가면 기독교관을 만날수 있었다. 그곳은 많은 기독인들의 사랑을 받던 공간이었다. 신학전문서적, 성경공부 교재, 각종 성구, CCM 테잎이 있어 기독인들의 이용이 잦았던 것이다. 평일저녁이나 주말 오후에 가면 교회나 선교단체 사람들이 그곳을 약속장소로 잡아 모임을 갖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기독인들에겐 추억의 공간이었다.
종로서적이 부도가 나고 몇개월 뒤 우연히 모 잡지를 보다 바로 이 기독교관이 종로서적 공간 배치에 최대의 애물단지 였다고 한다. 위치는 제일 좋은데 매출은 제일 낮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영업부서에서 공간 재배치를 줄기차게 요청했지만 그때마다 종로서적이 기독교적 배경을 띄고 있기에 전통의 승계의 입장에서 거절 당했다고 한다.
대개 대형 서점에 매인 게이트 옆에 사람들이 자주 찾는 매출이 높은 코너를 두고 있다. 영풍 종로점의 경우 잡지 코너에 자리잡고 있다. 코엑스의 반디앤루니스도 그러하다.
실례로 영풍 종로점의 경우 위치가 좋았던 종교코너를 구석으로 몰고 그 자리에 경제/경영 코너를 확장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종교서적은 경제경영서적보다 돈이 안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기업들의 가장 현실적인 공통 고민거리일것이다. 옮기자니 설립정신이 죽는 것 같고, 현 상태를 유지하자니 사업성이 없고...
4) 주어진 기회, 미온한 대응
서점가의 환경이 급변한 가운데 종로서적에도 분명 기회는 있었다. 옛 명성을 보존하며 새롭게 도약 할 수 있는 기회가 두번 있었다. 한번은 off-line 에서 다른 한번은 on-line에서이다.
2003년 현재 종로를 대표할 만한 건물을 찾으라면 '삼성 종로타워'를 꼽고 있다. 이 건물은 1999년 완공을 한 건물인데 넓직한 지하 공간에 쇼핑몰과 푸드코트가 있다. 이 건물을 지을때 건물주인 삼성생명쪽에서 종로서적측에 먼저 요청을 했다고 한다. 지하공간을 내어 주겠다고...분명 기업과 기업간의 거래이니 분명 조건 차이가 있어 성사가 안되었겠지만 이 기회를 놓친 것이 종로서적 입장에서는 하늘이 준 기회를 놓친것이다.
삼성종로타워의 경우 영풍보다 입지 조건이 훨씬 좋다. 물론 지하철로 곧바로 연결이 될 뿐더러 영풍보다 접근하기 훨씬 편리하며 삼성의 건물을 사용한다는 브랜드 가치도 톡톡히 누릴수 있었다.지금도 나는 종로타워 쇼핑몰에 갈때 마다.. 이곳에 종로서적이 이사 왔으면 더 좋았을텐데 하고 생각 하고 있다. 만약, 이때 종로서적이 삼성 종로타워로 갔다면 영풍-종로-교보의 경쟁이 볼만 했을 것이다.
또 한번의 기회는 인터넷 시대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것이다. 1990년대 중반 한국에 인터넷이 급속히 보급 되기 시작하면서 미국의 인터넷 서점 '아마존' 사례가 알려지고 인터넷 도서판매를 하는 도서 판매를 하는 사이트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순수 인터넷 도서판매 사이트들은 가격세일을 무기로 고객을 확보해 나가기 시작했으며 영풍-교보는 기존 브랜드 파워와 방대한 도서 보유와 전산망을 무기로 인터넷 서점들과 경쟁해 나가기 시작했다. 1998년 경부터 인터넷 서점을 이용한 나의 경우,,, 처음에는 종로서적 사이트를 들어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접속 횟수가 줄고 오히려 교보와 영풍 사이트 접속 빈도 높아졌다..
지금 생각하면 이유는 간단하다...
교보-영풍 사이트가 검색하기 더 편했기 때문이다. 종로서적의 경우 훗날 안 일이만 전산화가 100% 진행 되지 않았다고 한다...
한마디로 인터넷 시대의 20세기의 명성만을 믿고 있었던 서점이었던 것이다. 변화의 시대 조직의 '조직'의 리더는 무엇을 제시해야 하는가? 앞으로 리더가 되고자 하는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나는 왜 종로서적에 주목하는가?
나는 어렸을때 부터 종로서적을 좋아했다. 종로서적에 대해 갖고 있는 추억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1981년 2월..초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 어머니는 종로서적 2층 기독교관에서 내게 '성경책'을 사주셨다. 기차를 타고 춘천에서 올라와 서울의 친척집에 들렸다가 잠시 짬을 내 들렸던 종로서적,,, 세상에 서점이 그렇게 클 수 없었다. 그리고 신기했다...
이후 나는 서울에 올때마다 종로서적에 들렸다. 춘천에 없던 책을 많이 보았고 또 사람들도 그곳에서 만났다.내 성장기 중 추억에 남은 곳이다...
하지만 어느날 부터 나도 편의를 중요시 여기는 고객의 한 사람인지라 발걸음이 영풍문고로 향하는 횟수가 많아졌다. 종로서적 매니아였던 나머저도 발길을 끊은 것이다.. 그렇게 1~2년 결국 종로서적은 월드컵의 열기속에 조용히 사라졌다.
종로서적이 있던 자리는 지금 고시학원으로 변했다. (지금은 그 자리에 뭐가 있죠?)
그리고 종로서적을 살리자는 운동도 이제는 사그라 들었다...자본주의 사회에서 장사가 안되면 당연히 문을 닫는 것이 당연한 이치이지만 서점이 문을 닫았다고 해서 그 서점이 남긴 유산 마저 문을 닫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영화 You've Got Mail에 나왔던 장면을 함께 나누면 글을 마치고자 한다...
(장면은 탐행크스가 운영하는 대형 서점 Fox Book 의 공세에 밀려 맥 라이언의 동네 아동 전용서점 Shop Around Corner 문을 닫을 때 그 문에 걸려있던 문구다...)
We are closing our doors.
We have loved being part of your lives
제 방식대로 해석을 한다면... 42년만에 문을 닫습니다...우리가 당신 삶의 일부 였음이 자랑스럽습니다...
종로서적이 바로 나에겐 이 문구와도 같다...
'경영이야기 > 전략경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영전략수립을 위한 분석 (0) | 2012.04.30 |
---|---|
경영전략 수립과정 (0) | 2012.04.30 |
경영전략의 세 수준(Three Levels) (0) | 2012.04.06 |
경영전략이란? (0) | 2012.04.06 |
기업경영자 10훈 (Ten Lessons) (0) | 2012.03.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