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훈 감독의 영화 <화려한 휴가>는 광주민주화운동의 복합적인 원인을 들추어내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우리의 이웃들이 살고 있었던 광주를 설명한다. 1980년 5월, 광주에 사는 택시기사 민우(김상경)는 동생 진우(이준기)와 단둘이 산다. 민우는 오직 착하고 똑똑한 고등학생 진우만을 바라보며 성실하게 살아 간다 . 또한 민우는 진우와 같은 성당에 다니는 간호사 신애(이요원)를 맘에 두고 사춘기 소년 같은 구애를 펼치는 순수함도 갖고 있다. 소박한 삶을 살고 있는 이들에게 어느 날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진다.
나라를 지키고 시민들을 보호해야 할 군인들이 총, 칼로 무장한 채 도심 한복판에서 무고한 시민들을 폭행하고 심지어는 죽이는 것을 눈으로 보게 된다. 억울하게 친구, 애인, 가족을 잃은 민우를 비롯한 광주 시민들은 퇴역 장교 출신 흥수(안성기)를 중심으로 시민군을 결성해 결말을 알 수 없는 사투를 벌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계엄군에 의해 민우와 시민들이 그토록 지키고 싶어 했던 광주는 처절히 짓밟힌다.
영화 <화려한 휴가>는 영화를 만들기 전부터 서론-본론-결론이 이미 정해져 있었다. 한국 현대사를 배웠다면 결말이 어떻게 될지 다 아는 이야기다. 그리고 혹시나 하고 기대했던 반전도 없다. 이 영화는 이유 없이 폭도로 몰려 친구와 형제를 잃은 사람들이 총을 잡은 시민군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시민 저항의식, 형제애, 핍박받는 공동체에 대한 사랑 등이 다루어진다. 이 영화가 던져 주는 메시지는 어렵지 않다. ‘이들과 당신은 그리 다를 바 없는 보통 시민일 뿐이다.’ 영화 속에는 가해자-피해자, 죽은 자-살아남은 자의 관계가 얽히며 소소한 일상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눈으로 시대의 자화상을 이야기 한다. 그리고 그 속에는 일상 속 민주주의에 대한 목마름이 담겨 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마지막이다. 이 장면은 국가 폭력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너무도 자연스럽게 맞이하게 되었을 우리의 일상이기도 하다. 이 장면에서는 진우도 민우도 박흥수도 그리고 인봉(박철민)도 모두 즐겁다. 바로 민우와 신애의 결혼기념사진을 찍는 장면이다. 사람들은 모두 행복에 가득 차있다. 하지만 신애는 왠지 모를 불안함에 가득 차 있다. 영화 속에서 신애 혼자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이는 곧 살아남은 자의 미안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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