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일한국/통일시대를 살다

영화 <레즈> (1981) - 저널리스트의 눈으로 본 러시아혁명




급진 성향의 미국 저널리스트는 존 리드는 제1차 세계대전(1914~1918)을 취재하기 위해 유럽으로 간다. 그곳에서 그는 러시아혁명의 현장을 몸으로 체험하게 되고, 1919년 그 경험담을 적은 르포르타주 문학인 <세계를 뒤흔든 10일간>을 출간한다. 배우이자 영화감독인 워렌 비티는 1981년 이 책을 바탕으로 존 리드의 격정적인 생애를 담은 영화 <레즈>를 만들었다. 


존 리드(워렌 비티)는 하버드대학 출신의 유명 언론인이다. 1914년 <메트로폴리탄>에 멕시코혁명을 보도하여 명성을 얻기도 했다. 그리고 그의 격정적인 인생의 한 복판에는 급진적 페미니스트였던 루이스 브라이언트(다이앤 키튼)와의 애틋한 사랑이 있었다. 하지만 공산주의의 열혈전도사와 급진적 페미니스트의 사랑이 순탄할 리 없다. 루이스에게 혁명만을 꿈꾸는 존은 다소 부담스러운 상대다. 하지만 이들은 진심어린 사랑을 했다. 그것도 러시아혁명 기간 중에 말이다. 혁명의 기운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이들의 사랑 역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존 리드가 바라본 러시아 혁명은 변혁과 성공 그 자체였다. 존 리드는 혁명 이후의 이야기를 쓰려고 하지만 1920년 33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다. 존 리드가 그토록 우러러 보았던 레닌은 1924년 뇌동맥 경화증으로 죽고, 트로츠키는 권력 다툼에서 패한 뒤 터키, 프랑스, 노르웨이, 멕시코에서 망명생활을 하다 1940년 스탈린의 사주를 받은 이에게 암살당한다. 스탈린이 전면에 나선 소련은 말 한마디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지옥이 되어 버렸다. 그토록 사람들이 만들고 싶어 했던 노동자, 농민이 꿈꾸던 프롤레타리아 세상은 더 이상 없었다. 볼셰비키의 리더인 레닌과 존 리드는 이 장면까지는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으니 그들에게 러시아 혁명은 죽은 그날까지 환희를 주는 ‘승리의 함성’이었을지 모른다.





영화 <레즈>에는 혁명을 상징하는 노래 한 곡이 등장한다. 이 노래의 제목은 ‘The Internationale’이다. 우리말로는 ‘인터내셔널가’, 혹은 ‘국제가’로 불린다. 1871년 프랑스 파리코민에서 탄생하고 러시아 혁명의 현장에서 울려 퍼진 ‘인터내셔널가’는 자연스럽게 전 세계의 사회주의자들의 공식 혁명가로 자리매김한다. 인터내셔널가는 140여 년의 긴 세월동안 전 세계 곳곳에서 혁명가(주로 공산주의자, 사회주의자, 무정부주의자, 노동운동가 등)들의 입가에 오르내렸다.


인터내셜널가는 혁명가들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다. 마치 기독교인들이 자주 부르는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와 같은 역할을 한다. 노래의 가사나 불렀던 사람들이 어떤 사상을 갖고 있는가도 중요하지만 그 노래가 어떻게 세상에 태어났고, 그 노래가 불리어졌던 시대적 배경이 무엇이었는지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크리스천에게 ‘어메이징 그레이스’가 좀 더 친숙하고, ‘인터내셔널가’는 이질적이고 부정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고 해서 노래에 담겨져 있는 시대적 배경과 의미를 외면하면 안 된다. 자본주의의 모순이 계속 되는 한 사회적 소외를 받는 이들은 어떤 형태로든 계속 나올 것이고 그들에 의해서 ‘인터내셔널가’는 계속 불려 질 것이기 때문이다.

'통일한국 > 통일시대를 살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혼돈의 세계  (1) 2014.08.21
찰리 채플린의 <모던타임스>  (0) 2014.08.20
‘대량생산’ 그리고 ‘인간소외’  (0) 2014.08.20
붉은 깃발  (0) 2014.08.20
아 ! 대한제국  (0) 2014.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