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권위주의 정권을 마감하고 문민정부가 들어섰던 1993년. 당시 우리 사회의 슬로건은 ‘新한국 건설’ 이었다. 32년만의 문민정부라는 인기에 힘 입어 김영삼 대통령은 각종 개혁 작업을 추진했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90%에 이를 정도로 국민들의 호응은 대단했다. 하지만 곳곳에서 대형 참사들이 일어났다. 부산에서는 열차가 탈선하고, 목포에서는 비행기가 추락하고 서해 바다에서는 훼리호가 침몰했다. 그리고 서울에서는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이 무너지고 대구에서는 지하철공사장에서 가스 폭발 사고가 일어났다. 이러한 참사로 인해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한국 사회는 안전관리 미흡과 과거의 각종 폐해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선진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다짐이 곳곳에서 일어났다.
그 후 20년의 시간이 흘러갔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과거의 참사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과는 큰 상관이 없는 그냥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으로 치부하고 있었다. 하지만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사건은 그동안 우리가 착각 속에 잠들어 있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었다. 우리가 지난 반세기 동안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이루었고 또한 20년전 각종 대형 참사를 겪으여 안전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고 사회적 성숙도와 신뢰도 역시 높아졌다는 자부심이 처절히 무너졌다.
지난 40여일 동안 우리는 참 많이 울었고 분노했고 자책했다. 이제 국민적 애도 분위기가 조금씩 막을 내리고 있다. 정치권은 세월호 민심이 반영될 지방선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고, 사회적으로는 다시는 이러한 비극적인 일어나지 않게 하기위한 각종 외침들이 일고 있다. 앞으로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의 사후 약 방문이 아니라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에 대한 각종 제도와 시스템이 정착 되는 지속가능한 의지일 것이다. 이제는 분노와 불만을 원천으로 변화의 열정으로 만든 시점이 된 것 같다. 앞으로 20년이 지난 2034년. 2014년 4월 세월호 사건이 더 안전하고 좋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역사의 발자국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다.
2014년 6월의 어느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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