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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한국

'초코파이'와 '한류(韓流)' 그리고 '혁명'


나는 누구일까요?

출생년도 : 1974년

몸무게 : 35g

구성 : 밀가루, 백설탕, 물엿, 계란, 코코아 분말 등

뿜어내는 열량 : 155 kcal (밥 한공기는 300 kcal)

나의 첫 느낌 : 달콤함

나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 : 군인 아저씨

나와 물물 거래를 하고 싶다면 : 헌혈 한번 하세요.

나를 한 단어로 표현하면 : 정(情)



 이쯤 되면 답이 생각날 것이다. 바로 국민간식 ‘초코파이’다.





초코파이는 유치원에서 경로당까지 모든 연령대의 한국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아왔다. 다과회, 등산, 체육대회의 간식으로 거의 모든 행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또한 식사 시간을 놓쳤을 때 초코파이와 우유한잔은 식사대용으로도 안성맞춤이다. 우리 국민 누구나 초코파이에 대한 추억을 하나쯤은 갖고 있다. 초코파이에 성냥을 꽂아 생일을 축하해주던 캠퍼스의 친구들, 군인시절 교회에서 받은 초코파이를 맛나게 먹던 일 등 초코파이는 우리 생활은 물론 추억을 떠올리는 매개물로 자리 잡고 있다.



북한과 초코파이

북한에도 초코파이 열풍이 불고 있다. 2004년 개성공단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서 공단에 입주한 남한 기업들은 북한 근로자들에게 간식을 제공했는데 그 간식이 초코파이였다. 개성공단에 입주해있는 200여개 남한 기업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는 4만 2,000여명으로 이들에게는 한 사람당 하루 2~3개의 초코파이가 지급된다. 그리고 각종 성과에 대한 포상으로 돈 대신 초코파이를 추가로 지급기도 한다. 그래서 공단 현지에선 기업의 실적을 초코파이가 좌우한다는 농담이 나돌 정도다. 개성공단 내에서 한 달 동안 소비되는 초코파이의 양만 250만개 이상이다. 남북 사이의 분위기가 냉랭해지고 불협화음이 계속 되어도 개성공단의 초코파이 지급은 계속 되고 있다.

개성공단에는 매일 10만개 이상의 초코파이(제공되는 초코파이는 오리온 제품도 있고 롯데제과 제품도 있는데, 롯데 초코파이의 원가가 저렴해서 기업들은 대부분 롯데의 제품을 대량 구매한다고 한다)가 제공되지만 초코파이의 빈 봉지는 거의 회수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근로자들이 공단에서 먹지 않고 밖으로 유출하기 때문이다. 북한근로자들은 일명 초코파이 계(契)까지 만들어서 한 명이 한번이 5~6개의 초코파이를 챙기기도 한다. 이렇게 서서히 북한 근로자들은 초코파이를 통해 남한과 자본주의에 대한 첫 경험을 하기 시작했다.



‘개성빵’은 ‘장마당’을 타고

북한에서 초코파이는 ‘개성’지역 으로부터 왔다고 해서 ‘개성빵’이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개성공단 근로자들은 처음에는 주로 가족들과 함께 배급된 초코파이를 먹었다. 특히, 어린 자녀들을 둔 근로자들은 초코파이에 큰 애착을 보였다. 하지만 초코파이는 어느새 함흥, 원산, 신의주, 청진 같은 북한 주요도시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고 개성공단의 근로자들은 배급받은 초코파이를 직접 판매하기도 했다.

국가가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사회주의 계획 경제에서 물건을 사고판다는 것이 의아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북한은 주민들이 생활 속에 필요한 기본적인 물품도 보급해 줄 수 없는 상황이어서 개인이 따로 물건을 사고파는 비공식적인 암시장 ‘장마당’이 존재한다. 장마당은 1990년대 중후반 배급제가 무너지고, 수백만명의 주민이 굶어죽으면서 북한 전역에 생겨나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살아남기 위해 가지고 있는 물건을 물물교환 방식으로 거래하기 시작했고 장마당이 커지면서 화폐를 매개로 하는 매매로 발전 하게 된다.

장마당에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품목의 물품이 거래된다. 치약, 비누 같은 생필품에서부터 텔레비전, 냉장고 같은 가전제품도 있다. 컴퓨터와 남한의 드라마 등도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고 ‘개성빵’ 초코파이도 장마당을 통해 거래되는 인기 품목 중에 하나다. 장마당은 음성적으로 거래가 이루어지는 암시장(暗市場)이기에 권장 소비자가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남는 물건은 가격을 낮춰 부를 수밖에 없고 모자라는 물건은 부르는 게 값이다.

2011년 1월 대북라디오 ‘열린북한방송’ 보도 내용에 따르면 북한에서 초코파이 1개는 북한 돈 700원(남한 돈 300원)에 팔리고 있다고 한다. 북한에서 쌀1㎏(성인 1명이 8끼를 먹을 수 있는 양)이 약2000원 정도에 팔리는 것을 감안할 때 초코파이는 밥 두 끼에 해당하는 고가의 상품이다. 그럼에도 초코파이는 북한의 장마당에서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북한 전역에 퍼져 나가고 있다.



북한의 초코파이족(族), 오감(五感)을 통해 한류를 느끼다.

초코파이가 북한 전역으로 퍼져나가면서 이전에 없던 초코파이족(族)이 생겨나고 있다. 초코파이족은 달콤한 초코파이뿐 아니라 장마당에 인기 좋은 남한의 제품들 즉, 남한의 생필품이나 가전제품을 선호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초코파이족들은 밥두끼 가격에 해당되는 비싼 초코파이를 구매 할 수 있는 있고 다른 남한 제품들도 충분히 구매할 능력을 갖고 있다.

이들은 북한 내에서 ‘한국산(産)’ 제품에 대해 일종의 얼리어답터(early adopter)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얼리어답터란 새로운 제품 정보를 다른 사람보다 먼저 접하고 구매하는 소비자를 말한다. 이들은 세상의 변화에 민감하고, 호기심이 많으며 관심분야에서 남보다 앞서 많은 정보를 얻는다. 북한에 형성된 ‘한국산(産)’ 얼리어답터는 비공식적으로 축적된 경제력을 바탕으로 장마당을 통해 한국산 제품을 남들보다 일찍 구매했고, 양질의 한국 제품에 만족하고 이를 선호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한국 제품뿐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 같은 문화상품이나 초코파이나 캔디 같은 식품도 즐긴다.

2011년 통계청에서 발간한 '북한의 주요 통계지표' 보고서에서도 북한의 한국산 얼리어답터들을 소개하고 있다. 북한에서 유통되는 한국 제품은 믹서기, 온풍기, 가스레인지, 가스통, 은나노 도시락, 압력밥솥, 행주, 장갑 등으로 한국산 상표가 붙은 채 유통된다. 평양의 고위급 간부 사이에선 한국산 샴푸와 린스가 유행하는데, 470g 들이 1개에 40~50위안(원화 8000원~1만원)이고 비누는 개당 1.5달러에 거래된다. 북한의 일부 젊은이들은 중국산 노트북으로 '블루', '친구', '조폭 마누라', '겨울연가', '천국의 계단' 등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보고 CD플레이어는 물론 MP3를 통해 '비내리는 영동교', '네 박자' 같은 한국 가요를 듣는다.

보고서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이들은 북한 정치체제를 비판하는 동영상을 접하기도 하고, 남한의 기독교 단체들이 보내준 선교관련 영상을 보기도 한다. 이렇게 초코파이족들은 이전에 없던 새로운 트렌드들을 만들어 내며 오감(五感)을 통해 자본주의 문화를 체험하고 있다.



북한 변화를 위한 ‘마이크로 트렌드’ (?)

일반적으로 기업은 대개 소비시장을 ‘거시적으로(Macro)' 바라보고 규모가 큰 시장을 공략한다. 기업뿐만 아니라 정치에서도 거시적으로 자신의 지지층을 바라본다. 우리가 북한을 볼 때 최고 권력층인 김정일·김정은과 그 주변부만 본다. 하지만 거시적인 큰 틀 속에서 작은 흐름이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기업들은 시장이 포화되고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이 더욱 복잡해짐에 따라 소비시장을 ‘미시적으로’(Micro) 바라보며 고객의 구체적인 욕구들을 찾아 이를 세분화 하고 있다.

이때 기업들이 눈여겨보는 것은 우리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매우 빠른 속도로 부상하고 있는 열정적인 주체성의 집단이다. 세계적인 트렌드 전문가 마크 펜(Mark Penn)은 저서 <마이크로 트렌트>에서 이러한 집단의 움직임을 ‘마이크로트렌드(Microtrend)' 즉, 소수의 열정적 집단이 이끄는 작은 변화라고 이야기 했다. 소셜미디어가 전 지구적으로 확산되면서 이를 바탕으로 마이크로 트렌드는 사회 모든 영역에서 변화를 주도해 나가고 있다.






북한에도 마이크로 트렌드의 조짐이 일어나고 있다. 북한은 과거처럼 강력한 힘을 가진 중앙이 주변부를 철저히 통제하지 못한다. 국가의 묵인아래 곳곳에 장마당이 성행하고 수시로 중국 국경을 넘나드는 사람이 많아졌고, 국경 부근에서 중국 휴대 전화 통화도 가능해졌다. 중국이나 남한에 있는 탈북자들이 나라 밖의 소식을 북한 내부로 전하고 북한 내부 소식이 북한 관영 언론을 거치지 않고 남한 인터넷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한다. 과거와 같은 정보 통제가 힘들다는 것을 북한 당국 스스로 잘 알고 있다. 이전과 다른 다양하고 새로운 현상들이 북한 사회에 나타나고 있다. 특히 외부에서 들어오는 제품과 문화를 오감으로 체험하는 북한만의 새로운 트렌드가 형성되고 있다. 

이것이 북한식 마이크로 트렌드 개념이다. 마이크로 트렌드의 중심에는 ‘한국산(産)’ 얼리어답터(early adopter)들이 있다. 우리는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마이크로 트렌드의 잠재력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 잠재력이 혁명 수준까지 이를지는 장담하기 힘들지만 적어도 변화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욕구 더 커질것으로 보인다. 오감을 통해 새로운 문화를 체험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은 본능적이고 직감적으로 상황을 판단하는 육감(六感)의 내공을 키우며 변화의 때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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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내용의 글은 "통일한국 브랜딩" (전병길/박일수 공저, 꿈꾸는터 2011)에서 발췌 요약한 글입니다...
"통일한국 브랜딩"은 초코파이가 북한의 한류를 일으키듯 북한 사회에의 변화와 통일한국의 준비에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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