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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이야기

7. 마치며 - 아리랑 임팩트 (Arirang Impact)

“한반도가 땀을 흘렸다. 한반도가 갈증을 풀었다.”


1991년 4월 29일 오후 6시 43분 일본 지바의 닛·폰컨벤션 센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4시간여 동안의 경기가 끝나고

코리아 단일팀 우승이 확정된 순간,

흰색 바탕에 청색 한반도 지도를 가슴에 품었던

리분희·현정화 선수의 온몸은,

7천만 겨레의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습니다.

분단 46년 만에 첫 남북한 단일 탁구팀 -

그 오랜 숙원 만큼이나 풀리지 않았던 겨레의 갈증을

이제 우리가 풀기 시작했습니다.

스포츠로 시작된 민족화합이 정치, 경제, 문화 교류로 이어지고

통일로 향한 염원이 보람의 땀방울로 맺힐 때

게토레이가 다시 한 번 7천만 겨레의 갈증을 풀고 싶습니다.



1991년 5월초 국내 일간신문에 실린 제41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의 남북단일팀을 소재로 한 스포츠 음료 게토레이의 광고 카피다. 게토레이는 브랜드가 갖고 있는 ‘갈증 해소 음료’의 컨셉에 맞추어 남북한 탁구단일팀의 선전을 남북으로 갈린 겨레의 갈증의 풀리기 시작했다고 표현했다. 분단국가인 독일이 통일 되고 동구 사회주의가 붕괴된 직후 만들어진 남북탁구단일팀은 구성단계에서부터 국내외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역사적인 남북단일팀의 합의서는 다음 세가지 사항으로 구성 되어있다. 첫째 선수단의 호칭은 우리말로 ‘코리아’로, 영어로는 ‘KOREA’로 한다. 둘째, 선수단기는 흰색 바탕에 하늘색 우리나라 지도를 그려놓고 제주도를 제외한 섬은 생략한다. 셋째, 선수단가는 1920년대에 우리나라에서 부르던 ‘아리랑’으로 한다.


출전 선수들중 가장 주목을 받은 선수는 남북한의 여자 에이스인 현정화(남한), 리분희(북한)였다. 이들은 환상적인 호흡으로 만나는 팀들을 모두 격파하고 결승전에서 세계 최강 중국을 물리치며 정상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여자복식 경기에서 남북단일 코리아팀의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3백여명의 응원단이 한꺼번에 관중석 스탠드를 내려와 선수단과 얼싸않고 눈물을 흘렸다. 시상식에서는 남북이 합의한 대로 남한과 북한의 ‘애국가’ 대신 ‘아리랑’이 울려 퍼졌다. 이 자리에 모인 남북한 해외동포 모두가 아리랑을 따라 불렀다.



♬♬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 난다.

♬♬



남북은 분단되었지만 ‘아리랑’ 만큼은 민족의 가슴에 살아 숨쉬고 있음을 여지없이 보여준 순간 이었다. 아리랑을 통해 짧게나마 겨레의 갈증이 해소되는 맛보았다. 이처럼 ‘아리랑’은 우리가 새롭게 무엇을 시작하거나 세계와 소통하려고 할 때 국호나 국기 대신 우리를 표현할 수 있었던 그 무엇이었다.



아리랑, 한민족의 대표 브랜드


아리랑은 한민족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한국인의 마음이 담긴 소리이다. 일제강점기 동안 억눌려 왔던 우리 민족의 감정과 분노를 아리랑에 얹어 호소했던 까닭에 구전민요(口傳民謠)로 널리 퍼지게 되었다. 지금 우리가 가장 많이 부르고 있는 아리랑은 일명 ‘본조(本調) 아리랑’이라 하는데 경기민요 창법으로 세마치장단에 얹혀 부르는 형식이다. 본조 아리랑은 우리나라 최초의 영화인 나운규 감독의 무성영화 ‘아리랑(1926)’의 주제곡으로 불린 이래 모든 아리랑을 대표하는 곡으로 부상 했다. 아리랑은 종류도 많고 언제 어디에서 시작 되었고 아리랑의 말 뿌리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말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아리랑은 한민족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의미한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브랜드 속에 내포되어 있는 개성 있는 가치를 상대방에게 심어주는 것을 말한다. 즉, ‘브랜드가 상대방에게 보이고 싶은바’를 말하며 상대방의 지성에 호소하며 마음속에 자리매김 하게 하는 것이다.


그동안 아리랑은 한민족의 한(恨)을 노래했다. 아리랑은 우리 민족의 슬픔과 한을 승화하여 열정으로, 화합으로, 치유의 힘으로 구현한 핏속에 흐르는 노래이며 DNA에 내포된 가락이다. 아리랑은 조선족과 고려인이 고향을 그리워하면서 불렀고, 170개 나라에 흩어져 사는 우리 동포들이 가족과 고향을 생각하며 부르고 있다. 아리랑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변함없이 우리와 함께해 온 친근한 가족 같은 존재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자면 아리랑은 한과 신바람을 두루 넘나드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허기지고 서글프고 속상할 때 부르면 아리랑은 한의 소리가 되지만, 배부르고 기쁠 때 부르면 신바람의 소리가 된다. 체념을 통해 현실을 극복하거나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의지가 신바람으로 나타나 한을 풀어냈다. 아리랑에 나타나는 한풀이는 오랫동안 터득한 삶의 지혜를 바탕으로 한 흥겨운 가락, 신명과 해학을 통해 나타난다.


과거의 아리랑이 ‘한(恨)’에 주안점을 두고 있었다면 미래 아리랑의 초점은 한민족의 ‘매력’에 있다. 다양한 아리랑의 말 뿌리중에 우리말의 아리따움을 나타내는 ‘아리’가 있고 상처나 살갗 따위가 찌르듯이 아프다는 ‘아리’가 있다. 아리랑은 ‘아리따움에 마음이 아린’. 다시 말하면 ‘너무 아름다워서 가슴이 시리도록 아픈’으로 볼 수도 있다. 이것이 ‘매력’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왜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이 십리(4킬로)로 못가서 발병이 났겠는가? 그것은 곧 나의 매력, 한민족의 매력 때문이다. 그 특유의 매력 때문에 떠난 님이 미련이 남아 발병이 난거다. 과거의 아리랑이 서정적인 슬픔이었다면 앞으로의 아리랑은 우아한 매력을 뜻한다. 이렇듯 아리랑 브랜드에는 ‘한’과 ‘매력’이 공존한다. 아리랑의 이러한 모습은 한국경제의 지나온 길과 너무나 흡사하다. 수 천년간 이어온 가난에 한이 맺혔던 한국은 세계에서 놀라울 정도로 경제 발전을 이룬 매력적인 나라가 되었다. 한국 경제의 발전 배경에는 한국인의 ‘혼(魂)’이 깃든 한국의 브랜드들이 있었다. 이 브랜드들은 경제발전의 선봉이 되었고 지식경제 혁명을 이루어 냈으며 전 세계 곳곳에 한류 열풍의 주역 되었다. 경제기적을 이룬 한국 브랜드들 속에는 한과 매력의 아리랑 가치가 배어 있다. 아리랑의 가치가 담겨져 있는 한국의 브랜드는 세계와 함께하며 새로운 시대적 열어야 한다는 시대의 요청을 받고 있다. 과거 한국의 브랜드가 한을 극복하기 위한 사고를 중심으로 브랜드가 커왔다면 앞으로 매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매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명성관리와 적극적인 국가브랜드 전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