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3월 9일 독일 베를린을 방문하고 있는 김대중 대통령은 베를린 자유대학에서의 연설에서 남북간의 화해와 경제사회적 협력에 관한 일명 ‘베를린선언’을 발표했다. 당시 언론에서는 ‘1970년대 중동특수 못지않은 북한특수’가 올 것이라는 정부 당국자의 장밋빛 기대를 그대로 내보냈다. 곧이어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고 말로만 듣던 ‘북한특수’를 담은 남북교류의 비전과 청사진이 발표 되었다. 이때 발표되었던 개성공단, 남북철도연결, 관광사업등은 아직까지 열매를 보지 못한 채 걸음마 아닌 걸음마 단계를 계속 거닐고 있다.
정작 ‘북한특수’를 맞은 곳은 ‘언론’과 ‘북한 전문가 그룹’ 이었다. ‘북한 특수’에 대한 기대 심리는 국민들의 호기심을 자극 했고 북한․통일 관련 뉴스들이 봇물을 이루기 시작했다. 기자들은 북한특집기사를 만들기 위해 다른 업무는 제쳐두고 이 일에만 매달렸으며 몇몇 언론에서는 ‘북한팀’ 혹인 ‘통일팀’을 급조하여 늘어나는 뉴스 수요를 감당해야 했다. 북한을 다녀왔거나 북한과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는 기자는 귀하신 몸으로 대접을 받기도 했다. 기자뿐 아니라 학계를 위시한 북한전문가 그룹이나 탈북자들도 방송출연, 대중강연 신문잡지 기고등을 통해 잠시나마 ‘북한특수’ 맛 보기도 했다.
이때 방송사들은 북한․통일관련 프로그램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기존에 방송 되던 시사교양 프로그램에 북한․통일 관련 보도를 확대 하였으며 북한․통일 관련 다큐멘터리등이 자체적으로 제작 되었으며 북한사회를 이해하고 통일을 염원하는 퀴즈 프로그램까지 신설 되었다. 또한 민영방송인 SBS에서도 통일관련 프로그램이 시작 되었고 지금은 없어졌지만 당시의 인천지방 민영방송이었던 i-TV에서도 일주일에 1시간씩 통일관련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공영과 민영, 중앙과 지방, 오락프로와 교양프로 할 것 없이 ‘북한 특수’라는 트렌드에 맞추어 확장에 확장의 거듭했다.
지금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언론에서의 ‘북한특수’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 되었다는 것이다. 광고매출에 방송사 운영에 사활이 걸린 민영방송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기점으로 채 2년이 안돼 프로그램을 내렸다. 광고수입이 거의 없다 보니 아무리 공익적으로 유익하다 해도 그냥 바라만 볼 수 없는 것이 민영 방송이다. 또 지방방송도 광고와 시청자의 호응 부족으로 프로그램을 내렸다. 이제 남은 것은 공영방송인 KBS와 MBC, EBS교육방송, K-TV와 설립 당시부터 북방선교를 기치를 내걸었던 극동방송 정도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들 마저도 대부분 시청취자들이 접하기 어려운 시간에 방송을 편성해 놓았다. 밤 10시 이후, 아침 9시 이전, 평일 낮시간등 정상적인 사회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접하기 어려운 시간들이다. 그나마 감사한 것은 방송을 보거나 듣지 못하더라도 인터넷을 통해 '다시보기‘ 서비스를 통해 북한․통일 정보를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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