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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혁신

가치혼합의 시대

가치(Value)란 각자의 목적에 따라 투자자가 투자를 하고, 조직이 행동을 하면 얻을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경제에서 가치란 어떤 사물이나 일 등의 유용성, 정당성, 이득을 나타내는 말로 쓰인다.


가치라는 단어가 들어간 용어는 우리 실생활에 자주 쓰이고 있다. 부가가치세는 거래 단계별로 상품이나 용역에 새로 부가하는 가치를 세금으로 매긴 것을 말하고 주식에서 가치투자란 향후 장기적으로 독보적인 영업력을 바탕으로 왕성한 가치창출 활동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기업을 찾아내서 철저한 분석을 거쳐 보수적으로 평가된 기준보다 낮은 가격으로 매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브랜드 가치라 말할 수 있는 ‘Name Value’는 특정 브랜드가 갖고 있는 경제적인 자산 가치를 수치화 시킨 것이다.즉 경제에서 가치는 과연 얼마만큼의 값어치가 있는가를 말하는 일종의 측정지표다. 가치는 경제적인 개념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비영리단체의 경우 자신들이 갖고 있는 가치는 영리집단의 그것과는 분명 다르다. NGO, 종교단체, 교육기관 등 비영리기관들은 자신들 단체만의 존재 목적이 있고 Mission을 수행해 나가며 자신들의 생각과 기준에 따라 가치들을 쌓아나간다.


전통적으로 우리는 경제(회사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와 사회(비영리나 비정부 기구에 의해 만들어 지는 것)의 가치가 별도의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경제와 사회의 가치는 서로 양립하여 융합되기 어려운 것으로 받아들였다.

스탠포드대학의 제드 에머슨(Jed Emerson) 박사가 말한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가 융합된 혼합가치경제(Blended Value)에서는 이익을 추구하고 안하고를 떠나서, 가치를 창출해내는 모든 경제 주체들이 하나의 큰 틀에 해당된다. 여기에는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가치가 포함된다.


이러한 활동으로 창출되는 결과물은 분리될 수 없으며 이는 곧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구성요소가 적절하게 결합되어 있음을 뜻한다. 이러한 가치가 자연스럽게 결합되고 있을 때 투자자와 조직들은 이 조합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적인 접근을 원한다.


전략적 사회공헌, 사회적 기업(사회적 벤처), 사회투자, 기업의 사회적 책임 투자가 여기에 해당되며 각 영역별의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결국 지속가능한 발전을 지향한다.


전략적 사회공헌(Strategy Philantrophy)이란 단순 자선적 기부행위가 아닌 측정 가능한 사회적 혁신을 위해 투자하며 사회에 공헌하는 것을 말한다. 사회적으로 열악한 분야에 대한 자선 활동을 넘어 혁신이 필요한 모든 분야의 역량을 배양하고 여기에서 나오는 결과들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사회적 기업을 발굴 육성하여 사회적 혁신을 시도하고 있는 아쇼카나 스콜 파운데이션, 영 파운데이션이 이런 유형에 해당된다.


사회적 기업(Social Enterprise)이란 비영리조직과 영리기업의 중간 형태로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영업 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을 말한다. 사회적 기업은 가장 주목 받는 사회적 혁신 운동으로 빈곤, 교육, 실업에 대한 혁신적인 해법을 제시하고 사회적 약자를 끌어안음으로서 사회통합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사회책임투자(Socially Responsibility Investment)란 투자의 요소로 사회와 환경을 고려하는 것으로 기업의 재무적 성과뿐 아니라, 인권, 환경, 노동, 지역사회 공헌도 등 다양한 사회적 성과를 잣대로 기업에 투자하는 금융 활동을 의미한다. 환경오염 기업이나 핵무기 관련기업 등과 같이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기업의 주식을 투자대상에서 배제하는 투자를 함으로써 사회 해악적 기업이 도태되도록 하는 것이 사회책임투자(SRI)의 대표적인 방식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란 기업이 성장·발전하여 거대해지면 널리 주주·경영자·종업원·소비자·지역사회·중소기업 등과 관계를 가지게 되어 사회적 영향력이 커지는 동시에 사회의 일정한 기능을 담당하게 된다. 이러한 기업은 독선적인 경영이나 일방적인 이익추구가 허용되지 않을 뿐 아니라 사회에 대하여 일정한 행동을 취해야 할 책임이 부과되는데, 이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한다.


이 모형 안의 각 영역들은 완전히 성격이 다른 별개의 것이나 영역 간에 서로 교집합을 갖고 융합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사회적 벤처 펀드가 사회적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전략적 사회공헌과 사회적 기업의 융합이고 기업이 사회책임 경영 차원에서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사회적 기업의 융합이다. 또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 기업을 잘 선별하여 투자하는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사회책임투자의 융합이 된다.

가치혼합 모형(Blended Value Map)은 각각의 구성 요소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의 주요 아웃라인을 종합하여 보여 주고 있다. 에머슨이 제시한 이 모형에서 각 영역은 결국 지속가능발전이란 지향점을 지니고 있는데 WBCSD(세계지속가능경영협의회)에서는 경제성장, 기후변화문제와 같은 생태적인 균형, 인권이나 공정무역 같은 사회적 진보를 지속가능 발전의 세 가지의 기둥으로 보고 있다.


우리가 살펴본 가치혼합 모형은 1990년대 초반 이념 노선의 한 축을 차지하던 사회주의가 몰락하고 자본주의 안에서 새로운 대안을 찾기 시작하면서 본격화됐다. 자본주의와 시장경제가 갖고 있는 빈부격차, 인간성 파괴, 부정부패의 요소들을 극복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 가운데 가치혼합 모형의 틀들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또한 정보기술의 발전으로 급속하게 진행 된 세계화와 다국적 글로벌 기업의 거대화와 과거에 비해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국제기구와 국제 NGO의 성장은 기존의 질서와 다른 새로운 질서들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가치 혼합모형은 이러한 새로운 질서가 반영된 지속가능한 기업,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틀이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가며 시대 상황에 맞게 바뀌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