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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한국/영화로 읽는 통일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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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영화’는 한국 영화에서 독특한 위치를 갖는다. 독일통일 이후 한국이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로 남았다는 점에서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비롯되는 드라마는 가장 한국적인 이야기의 보고였다. 90년대 말 이후 흥행이 잘되는 소재이기도 했다. 1998년 ‘쉬리’가 대대적인 성공을 한 이후 ‘공동경비구역JSA’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웰컴투동막골’ 등이 대규모 흥행의 명맥을 이어갔다. 그만큼 작품 수도 많았다. 그리고 매력적인 캐릭터의 산실이기도 했다. ‘쉬리’부터 ‘의형제’까지 분단영화를 통해 남과 북, 남과 북의 사람들이 어떻게 묘사됐는지 살펴본다.

▶‘괴물’에서 ‘인간’까지 ‘북의 사람들’

한국전쟁 직후인 1960년대에는 한국사회에 드리워진 전쟁의 후유증을 그린 작품이나 전쟁영화가 많았다. 1970~80년대는 정부 정책에 의해 ‘반공’을 기치로 내세운 영화들이 다수 제작됐고, 북한은 ‘괴물집단’으로 묘사되기 일쑤였다. 일대 변화를 겪게 된 것은 1998년 ‘쉬리’였다. 남북 분단 소재를 첩보액션물로 활용한 이 작품은 처음으로 북한 사람을 매력적인 캐릭터로 탄생시켰다. 극중 여전사 김윤진과 남파 간첩 최민식이 그 주인공이었다. 오도된 이념과 사상의 ‘꼭두각시’에 불과할지라도 그들이 갖고 있는 확신과 대의에 대한 충성심은 관객들에게 감동적으로 받아들이기에 충분했다.

이후에는 북에 대한 묘사에선 이념적인 측면보다는 좀 더 인간적인 면모가 부각됐다. ‘간첩 리철진’에서 남파 간첩역의 유오성은 남쪽에서 택시 강도를 당하는 다소 우스꽝스럽고 허점이 많은 인물을 보여줬고, 박인환은 아둥바둥 살아야 하는 ‘생계형 고정간첩’으로 설정됐다.

‘공동경비구역 JSA’는 여기에 더해 남북한 사람들이 우연히 모여 우정을 나눈다는 설정으로 대단한 인기를 얻은 작품이었다. 북한 사람이나 북한 출신 인사를 만난다는 것 자체가 금기시됐던 당시에 총을 든 남북한의 젊은 병사들이 한 곳에 모인다는 설정은 굉장한 파격이었다. 남북의 사람들이 우연히, 기묘하게 한 곳에 모인다는 설정은 이후 분단영화의 한 공식이 되면서 ‘웰컴투동막골’ ‘만남의 광장’ ‘의형제’까지 이어진다.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를 거쳐 2005년부터는 탈북자들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태풍’에서는 남북 모두로부터 버림받고 해적이 된 탈북자가, ‘국경의 남쪽’에선 사랑하는 연인을 북에 두고 월남한 청년이, ‘크로싱’에선 가족을 살리기 위해 국경을 넘은 남자가 이야기의 주인공이었다. 이들 작품은 다소 기대에 못 미치는 관객 동원 성적으로 “탈북자가 주인공인 영화는 흥행이 안된다”는 징크스를 만들기도 했다.

지난 1998년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 발표에 이은 ‘쉬리’의 흥행이나 1차 남북 정상회담 전후 ‘공동경비구역JSA’가 일으켰던 붐 등 분단 소재의 영화는 남북한 간 정세 변화나 시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또 북핵, 식량부족, 탈북 문제 등도 분단 영화에 반영됐다.


▶분단영화의 ‘적자’ ‘의형제’

‘의형제’는 여러모로 흥행한 분단영화의 강점들을 모아놓은 작품이다. 이 작품은 남으로부터 버림받은 전직 국정원 요원(송강호 분)와 북의 지원이 끊겨 고립된 남파 간첩(강동원 분)이 서로의 신분을 숨긴 채 기묘한 동업(흥신소)과 동거를 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담았다. 일단 송강호는 ‘쉬리’에서 남측 정보조직의 요원으로 등장했고, ‘공동경비구역JSA’에선 맏형 같은 이미지의 북한 중사였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남북한 사람이 우연히 한 곳에 만나게 된다는 ‘공동경비구역JSA’의 설정을 이어가고 있으며 북으로부터의 지원이 끊겨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생계형 남파 간첩의 이야기라는 점에선 ‘간첩 리철진’과도 일맥상통한다. 이 영화는 2000년 남북 정상회담부터 2006년 전후의 북핵으로 인한 남북 간 긴장 국면까지를 시간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장르적으로도 ‘쉬리’의 첩보액션이나 ‘공동경비구역JSA’의 희비극 휴먼 드라마, ‘간첩 리철진’의 코미디 등이 섞여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