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5월 31일, 기도로 시작한 대한민국 국회
오늘은 5월 31일, 대한민국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날이다. 바로 1948년 5월 31일, 국민의 뜻에 따라 선출된 제헌 국회의원 198명이 처음으로 모여 국회를 연 날이다.
오늘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바로 그 제헌국회 개회식에서 있었던 이윤영 의원(감리교 목사)의 기도에 관한 것이다.
당시 상황을 되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임시의장이었던 이승만 박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대한민국 독립민주국 제1차 회의를 여기서 열게 된 것을 하나님께 감사해야 할 것입니다. 종교나 사상과 관계없이 누구나 오늘 이 날이 사람의 힘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느낄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제 우리가 다 함께 성심으로 일어서서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시다. 이윤영 의원께서 간단한 말씀으로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윤영 의원은 모든 의원이 일어서 있는 가운데 다음과 같은 기도를 올렸다.
“우주와 만물을 창조하시고 인간의 역사를 섭리하시는 하나님이시여, 이 민족을 돌아보시고 이 땅에 축복하셔서 감사에 넘치는 오늘이 있게 하심을 주님께 성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중략)
역사의 첫걸음을 내딛는 오늘, 감격과 기쁨에 넘치는 이 민족적 환희를 모두 하나님께 영광과 감사로 올려 드립니다. 이 모든 말씀을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많은 기독교인들은 바로 이 1948년 5월 31일을 가리켜 “대한민국은 기도로 시작된 나라”라고 말한다. 나도 그 말에 동의한다. 실제로 기도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기독교인으로서 이 사실에 대해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 기도문의 내용만 봐도, 나라와 민족을 위한 절박한 고민과 간절한 소망이 담겨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날 기도를 올린 이윤영 목사님은 과연 어떤 마음으로 그 기도문을 준비했을까? 그리고 그분이 상상했던, '기도로 시작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 이슬람 원리주의처럼 종교와 정치가 일치하는 국가?
- 미국처럼 종교와 정치는 분리되어 있지만, 청교도 정신이 사회를 이끄는 나라?
- 독일의 기독교민주당처럼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한 정당이 집권하는 나라?
- 아니면 단순히 독립운동가이자 정치 지도자인 이승만 장로가 대통령이 되어 통치하는 나라?
이런 다양한 상상이 떠올랐다.
그리고 오늘, 다시 그 기도문을 읽으며 여러 가지 생각에 잠긴다.
제헌국회가 처음 열렸던 1948년은 미군정하에 혼란이 가시지 않던 시기였다. 그만큼 이윤영 의원의 기도는 당대 현실의 절박함을 반영하고 있다.
지금의 우리는 그때에 비하면 놀라운 발전과 번영을 이루었다. 하지만 여전히 남북은 분단된 상태이고, 사회 양극화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한국 교회는 지난 수십 년간 눈부신 성장을 이루었다. 그러나 오늘의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지금의 한국 교회는, 과거처럼 나라와 민족, 그리고 역사 앞에 절박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가?
아니, 교회를 말하기에 앞서 먼저 나 자신부터 돌아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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