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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한국/통일과 나눔

(2016 ALC) 안병훈 이사장 인사말



존경하는 게르하르트 자바틸 주한 EU 대사님, 디르크 힐베르트 독일 드레스덴 시장님,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님, 박찬봉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총장님 그리고 내빈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재단법인 통일과 나눔 이사장 안병훈입니다.


“이념과 정파를 초월해 민간 통일운동의 허브가 되겠다”며 재단을 출범시킨 지 꼭 1년이 됐습니다. 당시만 해도 ‘남북 관계가 이렇게 좋지 않은데 대북 사업이 되겠느냐’ ‘보수·진보를 아우르는 통일운동은 불가능하다’는 등의 회의적 시각이 많았습니다. 저희가 통일나눔 펀드를 만들어 모금운동을 시작한다고 했을 땐 재단 내부에서조차 “통일에 대한 무관심이 심각한데 하물며 통일을 위해 지갑을 여는 사람이 나오겠느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재단의 앞날이 어두워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는 펀드 출범과 동시에 기우가 됐습니다. 각계 주요 인사 250명을 초청한 행사장엔 그 갑절이 몰렸고, 현장에 비치해둔 기부약정서 1000여장은 순식간에 동이 났습니다. 


대(對)국민 모금이 개시된 이튿날부터 재단 사무국은 폭주하는 문의 전화로 업무가 마비됐습니다. 조선일보 지면에는 펀드에 동참한 정치인, 정부 고위 관료, 대기업 총수, 종교 지도자, 연예인, 스포츠 스타 등 유명인들의 사연이 거의 매일 소개됐습니다.

 

하지만 전체 기부자 중에 유명 인사의 비율은 1% 미만이었습니다. ‘나눔이 통일의 시작’이란 펀드에 취지에 공감한 이들의 절대다수가 우리 이웃에 사는 ‘보통사람’들이었습니다. 


지적 장애인, 요양원 환자, 재소자, 탈북자, 독거 노인, 외국인 노동자 등 우리 사회의 ‘약자’들도 정성을 보탰습니다. 통일 앞에서 기업 경영진과 노조가 한목소리를 냈고, 여야와 좌우, 보수·진보의 구별도 없었습니다. 


해외의 동포 사회에서도 펀드 가입 붐이 일었습니다. 지금까지 펀드에 동참한 분들이 165만명에 달합니다. 기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대한미국 기부 문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 “기부의 개념을 확장한 혁명적 사건”이란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이 ‘기적’을 지켜보며 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우리 국민들이 통일에 무관심하다는 건 사실이 아니었구나, 통일에 일조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구나, 그런데도 지금까지 아무도 이런 열망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구나. 


전 이제 확신합니다. 우리 국민은 통일의 구경꾼이 아니라 주역이 될 준비가 돼 있다고 말입니다.

 

정부가 아무리 통일을 이야기해도 국민들의 관심과 성원이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통일외교도 마찬가집니다. 


“한국인들은 통일할 생각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는 주변국들을 상대로 통일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 사회 안팎의 ‘통일 냉소주의’는 더 이상 발붙일 곳이 없어졌습니다. 


통일나눔 펀드가 통일에 대한 우리 국민의 무관심이 아닌 갈증을 확인시켜줬기 때문입니다.

 

통일나눔 펀드의 성공 소식은 북녘 땅에도 전파돼야 합니다. 남북 관계가 어떠하든, 국제 정세가 어떠하든 남녘 동포들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십시일반으로 통일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보다 강력하고 효과적인 통일정책은 없습니다. 


남녘 동포들의 진심에 북한 인민들이 마음을 연다면 북한 정권도 변화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독일이 그러했습니다. 독일 통일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선물이 아닙니다. 독일 통일도 따지고 보면 서독 콜 정부의 돈이 큰 힘이 됐습니다. 


서독을 방문하는 동독인들에게 환영 자금을 주니 동독인 600만명이 서독을 방문했고 그 과정에서 통일에 대한 열망이 싹텄던 것입니다. 이처럼 동독 주민들의 마음을 여는 다양한 인적·물적 교류가 있었기에 통일의 기회가 왔을 때 그것을 붙잡을 수 있었습니다.

 

저희 재단의 목표는 개방과 자유, 인권, 재산권이 보장되는 세계적 흐름 속으로 북한을 이끌어내 분단 100년이 되기 전에 최소한 중국과 대만처럼 인적·물적 교류가 자유로운 상태로 만드는 것입니다. 


한 사람이 꿈을 꾸면 그냥 꿈이지만 여러 사람이, 모든 사람이 같은 꿈을 꾸면 어느 날 현실이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미 165만명이 이 꿈에 동참해 주셨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국민들이 저희와 함께 통일의 벽돌을 쌓으며 통일을 만들어가는 기적을 경험하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