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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이야기/전략경영

임진왜란과 국가경영 (2) - 포르투칼과 조선과의 만남

2006년 11월 중국의 국영 ‘CC-TV 경제채널’에서는 한 때 세계 패권을 쥐었거나 지금도 쥐고 있는 9개 나라의 경쟁력과 권력 분점, 법치와 교육 등 제도적 강점을 집중 부각 소개하는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제작하여 전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이름 하여 ‘대국굴기(大国崛起)’이다. 여기서 소개된 아홉 나라는 ‘스페인ㆍ포르투갈ㆍ네덜란드ㆍ영국ㆍ프랑스ㆍ독일ㆍ일본ㆍ러시아ㆍ미국’이다. 이 아홉 나라 중 처음에 소개된 나라는 영국이 부상하기전 세계의 바다를 호령했던 유럽 서쪽 이베리아 반도에 위치하고 있는 스페인과 포르투칼이다.


스페인은 우리에게 ‘무적함대’로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러나 축구 잘하는 나라 정도로만 알려진 ‘포르투칼’이 한 때 세계 패권을 가졌었다는 것은 다소 낯설게 느껴진다. 포르투칼은 1143년 카스티유 왕국에서 독립하여 유럽 대륙에서 첫 번째 ‘통일군주제 민족국가’을 세운 역사를 갖고 있다. 대다수의 나라들의 봉건국가이던 12-13세기에 포르투칼은 ‘국민 국가’였으며 포르투칼 국왕은 귀족들과 백성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포르투탈은 국토가 협소 (남한면적 보타 약간 큼)하고 자원이 부족하였을 뿐만 아니라 다른 주변의 왕국들과 지속적인 전쟁을 하고 있던 터라 바다에서 새로운 활력을 찾아야 했다. 포르투칼은 해양 개척을 통하여 대량의 아프리카 물자를 조달하여 ‘작지만 강한 국가’로 도약하게 된다. 이때 다른 유럽 국가들은 통일된 민족국가를 가지지 못하고 크고 작은 귀족들이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포르투칼의 대외 진출은 아프리카와 아메리카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아시아 몇몇 지역에도 진출하게 된다. 홍콩 옆의 마카오와 인도네시아 옆의 동티모르가 포트투칼의 식민지였다. 포르투칼은 일본과도 활발한 교역을 하였으며 중국 대륙에 대한 야심도 갖고 있었다. 일본과 포르투칼이 교역하던 물품 중에는 무기도 있었는데 그 무기 가운데는 임진왜란 당시 일본군의 주력 무기인 ‘조총(鳥銃)’도 있었다. 조총(鳥銃)이란 무기 이름은 새를 쏘아 맞힐 수 있을 만큼 성능이 좋은 무기란 뜻이다. 원래 1460~1480년대 사이 유럽에서 처음 개발된 무기로 1543년 포르투갈을 통해 일본에 전해지면서 동아시아 세계에 첫선을 보였다. 그 직후인 1550년대를 전후해 중국 명나라에도 전해졌다. 


일본에 전해진 조총은 철포(鐵砲)라는 이름으로 급속히 보급되어 일본군의 주력 무기가 된다. 임진왜란 한 해 전인 1591년 일본 대마도주가 선조 임금에게 선물로 보내면서 우리에게도 전해지기도 했지만 그때까지 조선은 조총의 위력과 그 위험성을 알지 못했다. 전쟁 초창기 일본군의 조총 앞에서 조선의 군대와 백성들은 무력하게 쓰러져 가야 했다. 조총 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구식화총과 칼과 활로는 어찌 손을 써볼 겨를이 없었다. 또한 임진왜란 당시 일본군에서는 가톨릭신자들이 적지 않았는데 이들을 위해 포르투칼 군종신분가 조선에 파견되기도 했다. 이렇게 우리와 포르투칼 사이의 첫 단추는 묘한 악연으로 시작 되었다.


하지만 조선과 포르투칼은 악연만 있었던게 아니다. 포르투칼의 동아시아 진출을 통해 고추, 비누, 빵, 고무 등이 조선에 전해져 생활속에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우리가 주로 먹는 고춧가루를 버무린 배추김치는 포르투칼 상인들에 의해 전해진 고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 이전에는 흰 백김치만 먹었다. 포르투칼 상인들을 통해 우리는 고추장과 김치문화의 혁명을 가져 올 수 있었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을 지원하기 위해 온 명나라 군대에는 바다에 능숙한 포르투칼인들이 잠수부가 되어 참전 일본 전함의 바닥에 구멍을 뚫는 작전에 동원되기도 했다. 한마디로 당시 포르투칼은 일본에게 무기를 지원하며 정략적으로 전쟁에 개입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들의 이해득실을 생각하며 무기와 물품, 인력을 공급한 셈이다.


임진왜란 하면 대부분 우리와 일본을 중심으로 보고 그 기준으로 판단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지구촌 국제 정세의 흐름이 있었고 스페인과 함께 당시 패권을 쥐고 있었던 포르투칼이 있었다. 포르투칼은 우리가 무관했던 것이 아니라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었다. 조총이 그랬고 고추장과 고춧가루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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