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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혁신

우리는 융합의 시대에 살고 있다.

 

티핑포인트’ ‘블링크의 저자 말콤 글래드웰은 스티브 잡스의 위대성은 발명이 아닌 편집(editing)이라고 평가했다. 저명작가인 글래드웰은 잡스의 진정한 천재성이 디자인이나 비전이 아니라 개량해서 완벽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편집력에서 비롯된다고 본 것이다. 편집력은 융합능력이다.

 

우리는 융합의 시대에 살고 있다. 융합의 의미는 공학적 측면보다 사회적 메시지로 더욱 강력해지고 있다. 융합은 서로 다른 성질이나 현상이 결합하여 더 나은 차원으로 새로운 물질 또는 현상으로 거듭남을 뜻한다. 융합은 학문 간의 통섭, 기술적 컨버전스, 장르적 퓨전 등과 궤를 같이 한다.

 

국제선 비행기의 기내식으로 뜨고 있는 비빔밥은 융합의 본질을 가장 명쾌하게 말해준다. 밥 무생채 호박나물 버섯 당근 고사리 콩나물 쇠고기에 고추장을 넣어 비비고 김가루나 참기름을 얹으면 개성 있는 맛이 나온다. 여러 식자재가 고추장 참기름이란 묘한 소스를 만나서 적절하게 섞일 때 한식 대표작이 나오는 것이다.

 

스마트폰은 단순한 고성능 휴대전화기 명칭이 아니다. 스마트폰엔 전화기, 카메라, 녹음기, 녹화기, 전자수첩, MP3플레이어, 전자책, 시계, 사전, 라디오, TV, PDF, 번역기 등 무궁무진한 기능이 합쳐져 있다. 모바일 시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스마트폰에 집약되어 있다.

 

동시에 스마트폰은 사람들의 대화 도구이다.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실시간으로 반응하고 대응한다. 그 덕분에 재래식 정치인은 몰락하고 소셜 미디어 인플루언서가 급부상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왜 융합의 시대인가? 20세기에는 대량생산시대엔 유용한 기술과 첨단 성능에 주목했다. 기술의 집약체 하이테크의 매력이 시장을 이끌었다. 현재 한국 제품은 세계인들에게 뛰어난 IT 기술력으로만 인식된다. 융합적 인간 감성이 빠져있다. 21세기 제품은 브랜드 이미지에 좌우된다. 스토리텔링 파워를 가진 명품 시장은 더 커질 것이다.

 

제품과 소비자의 공감대, 사용자의 감성적 만족도가 제품 선택의 결정적 요소가 되었다. 앞선 기술 그 자체만으론 부족하다. 센서빌리티(Sensibility) 스타일(Style) 스토리(Story) 3S가 담겨있는 하이터치제품이어야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

 

영화 아바타를 만든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배우의 얼굴과 몸에 컴퓨터 센서를 부착해 표정과 동작을 디지털영상으로 옮기는 방식인 퍼포먼스 캡처(performance capture)’ 기술의 대가다. 그의 첨단 연출능력은 사회적 메시지라는 스토리텔링과 융합되어 힘을 발휘한다. SF액션 영화 터미네이터엔 물질문명에 대한 비판이 배어나온다. ‘아바타에는 환경파괴라는 주제를 담아 전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펼쳤다. 영화라는 장르에 기술, 환경, 철학. 인류학을 융합한 제임스 카메론의 역량은 크게 평가받을만하다.

 

자동차는 인간이 공간 이동 때 가장 많이 의지하는 도구다. 기술력이 뛰어난 현대자동차는 스토리가 부족한 결점을 갖고 있다. 벤츠나 BMW 같은 품격은 아직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탈리아의 명품 패션브랜드 프라다와 공동으로 2년간 디자인개발을 진행하여 제네시스프라다를 시장에 내놓았다. 프라다가 19인치 휠을 직접 디자인했고 실내공간은 프라다 고유 스타일 가죽을 적용해 명품만의 투철한 장인정신이 배어나온다는 평가를 받았다. 더구나 해외시장에 2,000대만 한정 판매된다는 희소성 마케팅으로 홍보효과를 누렸다. 이젠 첨단 자동차도 독특한 스토리와 융합되어야 명품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크루즈여행산업은 조선산업 첨단건축설계능력 호텔산업 관광산업 쇼핑물류산업이 함께 충족되어야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21세기 여행문화의 블루오션이다. 크루즈여행은 많은 분야가 융합되어야 꽃피울 수 있는 관광문화 서비스상품이다. 한국 조선기술은 이제 고부가가치의 크루즈선을 겨냥하고 있다.

 

세계적 경영석학 톰 피터스는 할리데이비슨은 오토바이를 팔지 않고, 스타벅스는 커피를 팔지 않고, 클럽메드는 휴가를 팔지 않고, 기네스는 맥주를 팔지 않는다고 간파했다. 미국 모터사이클 회사인 할리데이비슨은 2기통 엔진에서 나오는 거친 사운드를 통해 서부개척 시대를 달리던 말발굽 소리, 거친 숨을 내쉬는 심장의 박동 소리를 팔았던 것이다. 즉 미국 서부 문화를 판매한 것이다. 스타벅스는 고급스럽고 지적인 공간, 클럽메드는 일상을 벗어나 자신을 재발견하는 여유로움, 기네스는 아일랜드 공동체의 경험을 팔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 9번째로 무역 1조 달러 클럽에 가입한 한국, 이제는 무엇을 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