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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eace over Soft Power" 전략이 나올 때가 됐다.

 

최근 미국의 민주주의진흥기금(NED) 예산이 대폭 삭감되는 것을 보고, 이제 '문화전쟁(냉전)'의 새로운 장을 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냉전 시기, 동서 진영은 문화를 도구로 삼아 치열한 전쟁을 벌였다. 한반도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해방 이후 미국은 전국 곳곳에 도서관 형태의 미국 공보실을 설치하고, 다양한 문화 활동을 통해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전파했다. 전쟁 중에는 한국 정부와 함께 '문화원'을 개설했다. 1952년 강원도 춘천에 문을 연 '춘천 문화원'이 그 시작이었다. 지금 전국 지자체에 있는 문화원들이 바로 여기서 출발한 셈이다.

 

휴전 이후에도 미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 아래 미국 공보 활동은 계속되었고, 한국 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다.

 

1980년대에 접어들며 상황은 달라졌다. 베트남전의 패배, 남미에서의 반미 정권 등장, 장기화되는 동서냉전, CIA 중심의 비밀 작전 등으로 인해 미국의 대외 공보 활동도 변화를 요구받았다. 그렇게 문화전쟁의 첫 번째 라운드는 막을 내렸다.

 

이 시기에 등장한 것이 레이건 정부의 NED다. 은밀한 공보 활동 대신, 공익재단을 통해 공식적이고 투명한 공공외교를 추진하게 된다. 최근까지 활발히 활동했던 NED의 출발점이 바로 이 시기다.

 

1984년, NED가 시작된 해는 여러모로 변동기였다. 미디어 산업의 팽창과 위성 기술의 발달로 전 세계를 연결하는 위성 방송이 활성화되었고, MTV로 대표되는 24시간 케이블 음악 방송이 등장하면서 영상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보고 즐기는 매체로 자리잡았다. 비디오기기의 보급으로 다양한 영상 콘텐츠도 쏟아졌다.

 

NED의 사업도 이 흐름을 반영했다. 민주주의를 ‘소비하고 즐기는’ 방식의 프로그램이 만들어졌고, 민주주의에 대한 동경과 동기를 유발하는 콘텐츠들이 확산됐다. 이런 과정 속에서 동서냉전은 붕괴되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시대정신이 되었다. NED는 이런 가치들을 전달하고 보급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한국에서는 특수한 상황에 맞춰 북한 인권, 탈북민 이슈 등을 결합하여 NED의 방향성과 가치를 한국적으로 소화했다. 이것이 문화전쟁의 두 번째 라운드였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두 번째 라운드는 급격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준비할 틈도 없이 벌어진 일이다. 예산이 어느 정도 회복될 수는 있겠지만, 과거처럼 운영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의도하지도 않았고 준비할 시간도 없었지만, 결국 문화전쟁의 세 번째 라운드가 시작되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이번 라운드는 미국 정부의 정책에 의존하기보다는, 전후 형성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모범국가인 한국 스스로의 힘으로 새로운 길을 열어야 한다고 본다.

 

이제는 '한국형 소프트파워' 중심의 전략이 필요하다.
"K-Peace over Soft Power" 전략이 나올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