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여러 후배들과 북한 및 통일 분야에 대해 다소 우울한 이야기를 나눴다.
- NED를 비롯한 미국의 공공기금 삭감
북한 인권과 탈북민 역량 강화를 위한 미국의 공공기금, 특히 NED(미국 민주주의진흥재단) 지원이 대폭 삭감되면서 이 분야 전체의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1~2년 안에 대부분의 단체가 구조조정을 겪을 것이고, 새로운 인력 유입도 거의 없을 것이다. 매년 100억 원 이상의 지원금이 사라진 상황이며, 이 기금은 프로그램 운영, 인건비 지급, 인적 역량 강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 대안 기금 논의와 ‘북한인권재단’의 무기력
미국의 기금 삭감 소식이 전해졌을 때, 한국 내 대안 기금 마련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하지만 8년 전 법까지 제정해 놓고도 여전히 출범하지 못한 ‘북한인권재단’에 대해서는 언론 보도도 거의 없었다. 지금까지 국내 단체들이 미국의 NED 기금으로 진행해 온 프로그램들은 ‘북한인권재단’을 통해서도 충분히 실행 가능하다. - 대북교류의 실질적 단절
대북교류는 이미 오래전부터 동력을 잃은 상태다. 2010년 5.24 조치 당시 입사한 직원이 이제는 40대 중반이 되었고, 개성공단도 내년이면 폐쇄 10년이 된다. 혹여 재가동 논의가 시작되더라도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운영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 국내에서 가능한 최소한의 활동
지금 국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세미나, 아카데미, 장학 지원 프로그램 정도다. 이 최소한의 활동이라도 제대로 운영되길 바란다. - 정권 교체 시 통일 이슈의 수면 아래로
탄핵 인용과 함께 야당의 집권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권이 바뀌면 군, 경찰, 검찰 등에서 계엄에 동조했던 세력에 대한 후속 조치가 이뤄질 것이고, 그에 따라 통일 및 북한 이슈는 지금보다도 더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북한인권 및 탈북민 문제에 일정 부분 관심을 보였던 만큼, 향후 이 사안 자체보다도 ‘전 정권이 주목했던 이슈’라는 이유로 더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다. 또한 활동가들의 성향 등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 빙하기에 들어선 북한/통일 분야, 새로운 모델이 필요함
결국 앞으로 최소한 1~2년은 이 분야 전체가 얼어붙는 ‘빙하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과거 방식으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다. 지난해 공익 재단을 떠날 때, 새로운 활동 모델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준비해 왔다. 처음엔 개인적인 간절함에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이 생태계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간절함으로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