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발견한 ‘K-Culture’의 현재

 

 

오랜만에 광화문 교보문고에 다녀왔습니다. 서울 한복판에 자리 잡은 이 대형서점은 책 그 자체를 넘어서, 한국 사회와 문화의 흐름을 엿볼 수 있는 일종의 ‘문화 지도’ 같은 공간이죠. 한가롭게 서가를 돌아다니다가 문득 외국어로 한국을 소개하는 코너, ‘Books on Korea’에 발길이 멈췄습니다.

그런데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습니다.

 

📈 영어로 된 한국 소개서, 무엇이 달라졌을까?

 

예전엔 ‘Books on Korea’ 코너에 가면 주로 사회과학 중심의 책들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한국 현대사, 정치, 남북관계, 통일 문제 등을 다룬 무거운 주제들이 많았죠. 특히 외국 학자들이 쓴 북한 관련 정치·경제 서적들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분위기가 전혀 달랐습니다.

 

BTS와 블랙핑크, K-드라마와 K-영화, 김치와 불고기, 전통시장과 한복 등—‘K-culture’와 ‘K-food’를 다룬 영어 서적들이 서가를 가득 채우고 있었어요. 요리책, 한류 문화 가이드북, 한국식 라이프스타일을 소개하는 에세이까지, 콘텐츠의 폭도 넓었습니다.

 

🤖 AI 번역이 바꿔놓은 출판 생태계

 

이 변화 뒤에는 AI 번역 기술의 발전이 한몫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전에는 외국어 책을 내기 위해선 전문 번역가의 손을 거쳐야 했고, 이 과정이 비용과 시간 모두 만만치 않았죠. 하지만 요즘은 AI 번역 도구의 도움을 받아 누구나 비교적 쉽게 콘텐츠를 영어로 제작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특히 요리책이나 대중문화 관련 책은 문장의 구조가 단순하고 시각 자료가 많기 때문에, AI 번역과 간단한 교정만으로도 충분히 글로벌 시장에 내놓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의 변화는 한국 문화 콘텐츠의 ‘영어화’를 빠르게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 왜 하필 ‘음식’과 ‘문화’일까?

 

외국인 입장에서 한국을 가장 친숙하게 경험할 수 있는 첫 걸음은 무엇일까요?
바로 음식과 대중문화입니다.

 

한국 드라마를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떡볶이, 삼겹살, 김밥이 눈에 들어오고, K-pop을 좋아하다 보면 어느새 한국어 가사 한 줄쯤은 흥얼거리게 되죠. 그래서인지 출판사들도 한류 콘텐츠 중에서 접근성이 좋은 음식과 대중문화 분야를 중심으로 영어판 서적을 기획하고 있는 듯합니다.

 

한국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쉽고 재미있고, 기존의 팬들에게는 더 깊이 있는 이해를 제공해줄 수 있으니까요.

 

📘 『Japan Inside Out』과 K-컬처의 공존, 그 미묘한 풍경

 

이 새로운 문화의 흐름 한가운데에서, 매우 흥미로운 장면 하나를 목격했습니다.
K-food, K-pop, K-style 관련 영어책들 사이에 이승만 대통령이 1941년에 집필한 『Japan Inside Out』이 진열돼 있었던 것입니다.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직전, 일본 제국주의의 팽창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이승만이 영어로 직접 쓴 책입니다. 당시의 정치적 경고와 독립운동가로서의 메시지가 담겨 있는 아주 강한 역사적 텍스트죠.

그런데 이 책이 BTS를 소개하는 화려한 비주얼북, 떡볶이 레시피 북과 같은 매대에 나란히 놓여 있다는 사실—왠지 모르게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역사와 현재, 저항과 열광, 정치와 문화, 경계와 개방.

이질적인 듯하면서도 한 자리에서 공존하는 이 풍경이야말로 오늘날 한국이 세계에 보여주고 있는 복합적 정체성의 단면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 ‘K-코리아’를 소개하는 새로운 시대

AI와 함께 책을 만들고, 세계는 그 책을 통해 한국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광화문 교보문고 ‘Books on Korea’ 코너는 더 이상 학술적 성찰의 공간만이 아닙니다. 그것은 한류 팬들이 한국을 조금 더 알고 싶어 서성이게 되는 공간이 되었고, 한국의 문화를 세계로 퍼뜨리는 통로이기도 합니다.

지금 이 순간, 우리는 AI와 한류라는 두 날개를 달고 ‘K-코리아’라는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