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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혁신/사회혁신

지방자치단체 홍보 포스터, 왜 이렇게 비슷할까?

 

한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이 내놓는 홍보 포스터와 슬로건은 왜 이렇게 비슷할까?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의 관점에서 이 현상을 살펴보면 여러 흥미로운 이유를 발견할 수 있다.

 

먼저, 지방자치단체들은 종종 다른 지역의 성공 사례를 모방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군집 행동(Herd Behavior)과 사회적 증거(Social Proof) 때문인데, 다른 지역에서 효과를 본 전략이 자신들의 지역에서도 성공할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이렇게 검증된 템플릿에 의존하다 보면 독창성은 희생되고, 비슷한 디자인과 메시지가 반복된다.

 

또한, 현상 유지 편향(Status Quo Bias)도 중요한 요인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새로운 시도를 하는 데 따르는 위험을 피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익숙한 디자인과 슬로건 방식을 고수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런 보수적인 태도는 자연스럽게 홍보물의 유사성을 낳는다.

 

앵커링 효과(Anchoring Effect)도 작용한다. 서울이나 주요 도시에서 성공한 캠페인이 초기 기준점(Anchor)으로 작용하면서, 다른 지역들도 이를 모델로 삼아 디자인과 메시지를 만들어낸다. 그 결과, 지역별로 분명히 다른 특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형태의 홍보물이 탄생하게 된다.

 

한편, 선택 과부하(Choice Overload)와 단순화(Simplification)도 빼놓을 수 없다. 지방자치단체는 자신들의 지역을 어떻게 차별화할지에 대한 방대한 고민에 직면했을 때, 이미 검증된 방식을 모방함으로써 선택 과정을 단순화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활기찬,’ ‘아름다운,’ ‘역동적인’과 같은 익숙한 단어와 디자인이 반복적으로 사용된다.

 

손실 회피(Loss Aversion) 역시 비슷한 문제를 초래한다. 지나치게 독창적인 시도가 부정적인 평가나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한한다. 사람들은 잠재적 이익보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더 크게 느끼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지방자치

단체의 보수적인 홍보 전략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마지막으로, 예산 제약과 제한적 합리성(Bounded Rationality)도 무시할 수 없다. 한정된 예산과 전문성 부족으로 인해 지방자치단체는 동일한 디자인 업체나 컨설턴트를 반복적으로 이용한다. 이는 비용 효율성을 고려한 결과이지만, 결국 비슷한 홍보 포스터가 만들어지게 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그렇다면 지방자치단체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독창적인 홍보 전략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지역 고유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해당 지역만의 문화적, 역사적, 자연적 자원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시민 참여를 통해 참신한 아이디어를 발굴할 수 있다. 창의적인 디자인 에이전시나 대학과 협력해 새로운 브랜딩 전략을 개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행동경제학적 통찰을 활용해 차별화 전략을 설계하고, 혁신을 안전하게 추진할 방법을 고민해보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이제는 지방자치단체가 더 이상 안전한 선택에만 머물지 않고, 지역만의 이야기를 담은 독창적인 홍보 캠페인을 펼칠 때다. 그렇게 한다면 비슷비슷한 포스터와 슬로건 대신, 각 지역의 매력을 진정으로 담아낸 홍보물이 우리를 반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