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와 지역사회에 대한 ‘캐드버리’ 초콜릿의 고민
오늘날 미국의 ‘허쉬’와 함께 세계적인 양대 초콜릿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캐드버리’ (Cadbury)는 1824년 영국의 퀘이커교도 존 캐드버리에 의해 시작되었다. 캐드버리는 처음에 차와 커피 무역을 주 사업으로 하였으나 열대 식물인 코코아에서 새로운 사업의 가능성을 발견한 후 코코아 음료, 초콜릿 가공식품 등으로 사업의 영역을 넓혔다.
존 캐드버리의 아들 조지 캐드버리는 1861년 아버지의 사업체를 이어받아 코코아·초콜릿 제조회사인 캐드버리 브러더스사로 회사를 크게 번창시켰다. 사회개혁가이기도 한 그는 작업환경의 개선, 주택공급, 새로운 도시계획 등을 시도하기도 했다. 1879년 조지 캐드버리는 산업도시인 버밍엄 근교의 본빌 지역에서 세계 최초의 노동자들을 위한 기업도시를 건설한다. 본빌에서 캐드버리는 세계 최초로 민간 사회보장제도를 도입하는 한편 작업환경을 당대 최고의 수준으로 개선했다. 노동자들을 위한 이 기업도시의 주택들은 노동자 계급의 주택치고는 특이하게 넓은 정원과 생활의 편의를 제공하는 여러 설비를 갖추고 있었다.
현재의 시각으로 보면 캐드버리의 실험은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으나 19세기 후반의 근로여건이 열악하기 그지 없었던 다른 기업들과 비교했을 때 그의 이러한 노력은 혁명적 발상이었다. 캐드버리는 기업이 존재 이유가 단지 경영진의 이익만이 아닌 같은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노동자와 지역사회의 삶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위해 그 책임을 다했다. 캐드버리야 말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경영 (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의 선구자라 할 수 있다.
이웃과의 ‘연계 번영’(linked prosperity)을 실천하는 벤앤제리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야기 할 때 지역사회와 유대관계, 환경 보호, 사회적기업 지원, 공익마케팅과 같이 사회적 책임의 실천을 가장 잘 한 기업으로 벤앤제리를 꼽는다. 미국내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벤앤제리는 1978년 벤 코헨(Ben Cohen)과 제리 그린필드(Jerry Greenfield)에 의해 버몬트주의 허름한 주유소를 개조해 시작 되었다. 사업을 시작한지 3년만에 시사주간지 타임(Time)은 ‘세계 최고의 아이스크림’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벤앤제리에가 주목 받는 가장 큰 이유는 맛있는 아이크스림 때문이 아니라 벤앤제리가 갖고 있는 독특한 기업 철학 때문이다. 벤앤제리는 1988년 회사의 사명을 담은 미션 성명 (mission statement)를 발표했다. 이 미션성명은 회사의 이익을 추구를 넘어 주변의 지역사회, 소비자, 환경, 사회문제를 관심을 갖고 이들 이해관계자들과 동반 성장해 나가는 ‘연계번영’(linked prosperity)이라는 새로운 기업 개념을 개발하여 제품, 사회, 경제에 관한 비전을 선포했다.
지역사회를 생각하는 기업
벤앤제리가 미국 내에서 생산하는 모든 제품은 회사가 속한 지역인 버몬트 주에서 만들어 진다. 이런 벤앤제리의 원칙은 1980년대 한때 축산 농가들이 감당 할 수 없을 정도로 우유 가격이 급락 했을 때도 예외 없이 지켜졌다. 물론 벤앤제리가 축산 농가를 위해 무조건 희생한 것은 아니었다. 버몬트 주 축산 농가들에게 안전성이 증명 되지 않은 유전자가 조작된 성장 호르몬을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 했다. 바로 소비자에게 안전한 원료로 만든 최상의 제품을 공급하는 ‘제품 사명’을 지키기 위해서다.
축산 농가 입장에서는 벤앤제리가 높은 가격에 우유를 사주기 때문에 우유의 안전성을 위협하는 방법을 쓸 필요가 없었다. 벤앤제리가 사회사명, 제품사명을 지키는 과정에서 소비자들은 벤앤제리의 안전성을 신뢰하게 되었고 매출은 늘고 영업 이익이 늘어났다. 경제사명, 제품사명, 사회사명의 1석 3조의 효과를 동시에 누리게 된 것이다.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
벤엔제리는 제조 공정에서 유통 채널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환경 파괴 측면에서 해로움이 없다는 것을 인정 받았다. 벤엔제리는 우유 생산 시 특별 제조된 사료를 먹인 소를 이용하여 기존의 소가 배출하던 이산화탄소 대비 18배 온실 가스를 배출하는 메탄가스를 줄였다. 벤엔제리사의 유제품을 생산하는 모든 농장은 자체 운영하는 바이오연료, 태양광 및 풍력 발전을 통해 전기를 공급받고 있다.
이렇게 생산된 제품은 최적화된 운송루트를 통해 수송되고, 친환경적인 재생품을 이용해 포장된다. 하지만 아이스크림이라는 제품의 특성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 불가결한 냉장 및 냉동 부문에 있어서는 아직까지 온실가스를 줄일 방법이 없어 직접 온실가스를 줄이는 대신 오염원 배출 감소 인증서구입을 통해 냉장 및 냉동 부문에서 발생한 온실가스를 상쇄시키고 있다. 이를 통해 벤엔제리사는 전 과정에서 어떤 오염원도 배출 시키지 않고 있다.
사회적 기업 ‘쥬마 벤처스’의 후견인이 되다.
벤앤제리는 저소득 청년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사회적 기업 ‘쥬마벤처스’를 전략적으로 돕고 있다. 아이스크림 판매 사업이 저소득 청년들의 자립과 사회공동체 적응에 기여할수 있다는 생각에 쥬마벤처스에게 프랜차이즈 가맹비를 받지 않고 매장을 운영하도록 했다. 밴엔제리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쥬마 벤처스에 매장입지선정, 시장조사, 인테리어, 마케팅, 홍보 등 다양한 지원사업을 통해 쥬마벤처스가 운영하는 매장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 도움을 주었다. 벤앤제리사의 아이스크림은 브랜드 가치와 상품성이 매우 뛰어나 쥬마 벤처스 사업에도 높은 이익을 주었고 수익금은 청년들의 심리상담과 직업교육등에 사용 되었다.
벤앤제리는 쥬마벤처스 말고도 10여개의 비영리 기관에 가맹비를 면제해주고 판매 교육도 해주는 등 직․간접적인 지원을 해왔다. 소비자들은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동시에 지역사회에 기여한다는 사실에 만족해했고 이는 다시 벤앤제리의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
아이스크림으로 세계평화를 말하다.
벤앤제리는 1985년부터 매년 세전이익의 7.5%를 출연하여 미국사회의 발전적 변화를 도모하기 위해‘벤앤제리 기금’을 출범시켰다. 이 기금은 인종차별, 성차별, 빈곤문제, 동성연애자에 대한 차별, 환경오염 등 미국사회를 병들게 하는 근본원인을 제거하기 위한 활동에 쓰여지고 있다. 1988년부터는 국방예산의 1%를 평화유지 활동에 사용토록 하자는‘1% for Peace’캠페인을 전개하기 시작했으며, 이 활동의 취지를 널리 알리기 위해‘Peace Pops’라는 아이스크림을 새롭게 출시했고 수익의 1%를 평화를 위한 기금으로 적립하고 있다.
이외에도 벤앤제리는 출시되는 특정제품에 공익적인 성격이 담긴 브랜드 네이밍을 하고 수익의 일정 부분을 해당 사업에 기부를 하는 공익 마케팅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 하고 있다.
기업에 어울리는 ‘사회적 책임’ 스타일
최근 한국의 경제계에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과 실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기업에서부터, 공기업, 중소기업까지 사회적 책임을 이야기하며 다양한 사회책임 경영 프로그램들이 언론을 통해 보도 되고 있다. 과거 1970년대 선경그룹 시절 장학퀴즈 후원으로 시작된 SK그룹의 사회 책임 경영 사업은 최근에는 ‘행복경영’에 초점을 두고 행복한 사회를 위한 나눔경영에 그룹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고 저소득층을 위해 김장 김치를 담그는 등 기업이 갖고 있는 자원을 공익을 위해 활용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유한 킴벌리는 기업의 대표적인 사회마케팅 캠페인인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를 25년째 진행해 오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 책임 경영을 수행하고 있는 몇몇 기업들을 제외하고는 기업의 대외적인 이미지 때문에 형식적인 사회 책임 경영 사업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사회책임 경영을 잘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은 자사의 사업 영역과 관련 분야를 택해 집중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미국 내 계층간의 정보격차에 관심을 가지고 공익 프로그램을 진행했으며 프랑스의 식품회사 다농은 저개발 국가의 빈곤과 기아에 관심을 가지고 방글라데시의 그라민뱅크와 연계하여 저소득층을 위한 요구르트를 개발하여 출시했다.
기업은 사업과 연관 되지 않는 분야에서 불필요하게 돈을 낭비하지 말고 관련된 분야에 집중적이고 지속적으로 사회책임 활동을 해야 한다.
‘본사랑’에 대한 기대
‘본죽’으로 시대적 트렌인 웰빙문화를 선도해온 ‘본아이에프’가 사회책임 경영을 다하기 위해 시작한 ‘본사랑’은 기존 대기업 중심의 사회책임 경영과 다른 새로운 모델의 가능성의 시작을 내포하고 있다.
‘본’은 ‘정성과 사랑으로 건강을 디자인 하는 외식문화 선도기업’의 비전을 갖고 있다. 이것이 곧 ‘본’이 지향하는 ‘본’만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다. ‘본사랑’ 또한 ‘본’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안에서 모든 공익사업이 기획되고 실행되었으면 한다.
남들이 하고 있는 공익사업을 무조건 따라하는 것은 무리수가 따른다. ‘본’의 사업 영역과 관련 되어 있고 ‘본’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공통분모가 많은 공익사업을 개발해 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본’의 비전인 ‘건강을 디자인’한다는 의미를 잘 살려 ‘개인의 건강’을 디자인 하는 공익사업, ‘사회의 건강’을 디자인 공익사업을 고민 하다 보면 ‘본’만의 독창적인 공익사업을 개발하고 실행 할 수 있을 것이다.
‘본사랑’을 통해 ‘본’이 사회적 책임 경영을 잘 해 나간다면 ‘본’은 자연스럽게 대외적으로는 존경받는 외식 기업으로 발전할 것이고 대내적으로 직원이나 가맹점주들에게는 신명나게 일하고 싶은 곳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소비자들은 ‘본’ 브랜드 자체를 가족처럼 사랑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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