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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이야기/코즈(공익) 마케팅

코즈(공익)마케팅 세상에 태어나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에 의해)

  

1980년대 암울했던 미국

1980년대 레이건 대통령 집권 당시 미국은 무역적자와 재정적자 누적되는 일명 쌍둥이 적자에 시달렸다. 외국과의 무역은 계속 밑지는 거래를 했고 나라 살림은 들어오는 돈 보다 나가는 돈이 더 많았다. 한마디로 미국 경제는 총체적인 위기였다.

당시 미국은 경제문제뿐 아니라 각종 사회문제나 국제 관계에서도 새로운 도전에 직면 했다. 사회양극화가 점점 심화되어 보건, 교육 분야에 빈곤층의 균등한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되었고 기회와 자유의 땅 미국의 가치가 많이 퇴보 되었다. 또한 신흥 경제 강국들의 부상과 지구촌 곳곳에서 미국을 반대하는 분위기 확산으로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입지가 예전 같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위기를 이야기 했다. 폴 케네디와 같은 학자는 ‘강대국의 흥망성쇠’라는 책을 저술하며 미국의 근본적인 위기를 진단하기도 했다.

이러한 위기 가운데 사회·공공 분야에서 정부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약화 되었고 대신 사회단체나 일반 기업들이 일정 부분 정부의 빈자리를 메우게 되었다. 특히 기업들은 사회문제 개선과 공공의 이익과 연관시킨 코즈 마케팅을 새로운 마케팅 수단으로 도입했다. 기업이 이익 극대화와 단순한 사회봉사 개념을 넘어 기업의 브랜드와 기업 이미지를 활용하여 사회·공공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자본주의와 기업 역사상 유례가 없었던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과 ‘자유의 여신상’과의 인연

코즈 마케팅의 물꼬를 튼 기업은 바로 미국의 신용카드 회사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다. 1850년 뉴욕주 알바니에서 우편서비스 회사로 시작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미국을 상징하는 조형물인 뉴욕 ‘자유의 여신상’과 여러 인연을 갖고 있었다. 1885년 프랑스로부터 선물 받은 자유의 여신상이 설립될 당시 아멕스는 여신상 받침돌 건립에 필요한 자금을 기부하기도 했고 미국 독립 200주년이었던 1976년에는 자유여신상 기념 다큐멘터리 제작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과거 ‘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뉴욕 항구로 들어오는 이민자들이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것이 바로 횃불을 치켜든 거대한 ‘자유의 여인상’이었다. 자유와 행복을 찾아 수만 리 물길을 헤쳐온 사람들에게 눈앞에 우뚝 솟아 있는 위풍당당하고 단호한 여인의 모습은 밝은 미래를 약속하는 징표처럼 보였다. 그리하여 미국의 독립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여신상은 자유의 나라, 이민의 나라 미국을 상징할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자유와 압제로부터의 해방 자체를 의미하는 상징물로 자리 잡게 된다.


코즈 마케팅 시대를 열다.

‘자유의 여신상’이 뉴욕에 세워진지 100년이 다 될 무렵인 1983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국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담당자였던 제리 웰시는 뉴욕 맨하탄 남부 지역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창밖으로 보이는 자유의 여신상을 보며 자유의 여신상을 활용한 마케팅 프로그램을 창안하게 된다. 100년전 시민들의 성금에 의해 자유의 여신상의 받침돌이 세워진것 처럼 자유의 여신상 보수 공사에도 시민들이 적극참여를 유도 한다는 것이 첫 생각이었고 참여의 방법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의 사용 금액 중 일정 부분을 적립해서 기부하는 방식이었다.

마케팅 전문가 제리 웰시에 의해 코즈 마케팅은 이렇게 세상에 등장하게 되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뉴욕 ‘자유의 여신상’ 보수기금 마련을 위한 ‘National Arts Marketing Project’를 실시하며 코즈 마케팅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고객이 아멕스 카드를 사용할 때 마다 1센트를, 신규 가입 1건당 1달러를 기부하여 자유의 여신상을 보수하기 위한 기금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자유의 여신상 보수를 위한 공익 캠페인이 시작되자 시민들의 열의와 참여는 기대이상이었다. 1980년대 초반 전반적으로 침체되어 있던 미국 사회에서 자유의 여신상 보수 사업은 미국의 자존심을 회복한다는 의미도 반영되어 있었고, 이에 미국 국민들은 아멕스 카드를 사용함으로 호응했다. 아멕스사는 캠페인 기간중 170만 달러에 이르는 기금을 모으는데 성공했고 이 기간동안 카드 사용은 27%나 증가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자유의 여신상 보수’ 코즈 케팅 캠페인은 2003년에 2차 캠페인을 시작했다. 2001년 9월 11일 9/11 사태 이후 자유의 여신상의 관람이 중지되었고 여신상의 노후화로 인해 수시로 건물 보수를 해야 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300만 달러 기부를 약속했고 2003년 12월 1일부터 2004년 1월 31일 가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를 이용하며 구매가 이루어 질 때마다 1센트씩 기부금을 적립해 총 250만 달러의 기부금을 조성했고 나머지 50만 달러는 직접 기부금을 모아 조성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와 ‘자유의 여신상’ 관련 프로그램은 단순한 1회성 이벤트가 아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브랜드와 자유의 여신상이 갖고 있는 가치 ‘자유’의 공동의 영역을 갖고 있었고 둘 다 뉴욕 맨하튼 남부에 위치해 있다. 그리고 100여년간 수시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자유의 여신상 관련 프로그램에 참여해 왔다.



코즈마케팅은 겉으로 보기엔 카드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참여하기 쉬운 단순한 구조이지만 그 이면에는 100년 이상의 오랜 시간에 걸쳐 가치와 비전이 공유한 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와 자유의 여신상의 보이지 않는 교감이 있었기에 세상에 나올 수가 있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자유의 여신상 보수 프로그램 이외에도 1992년부터 1996년까지 결식문제 해결을 돕는 카드 사용(Charge against hunger) 캠페인을 진행했는데 이는 매년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쇼핑기간 중 아멕스 카드 이용 금액의 3%를 결식퇴치 단체에 기부하는 방식으로 총 기부금액은 2천만 달러를 넘었다. 또 2001년 9/11 이후에는 뉴욕에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재난기금을 설립하여 피해지역과 주민들을 돕는데 사용하기도 했고 침체된 뉴욕 경제를 살리기 위해 각종 지역 축제의 스폰서가 되기도 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사례에서 보듯 기업의 매출을 높이고 사회 문제 개선에 기여하는 이러한 코즈마케팅은 이제는 기업들이 실시하고 있는 대표적인 마케팅기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