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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 브랜드의 기억을 되살리다

유니브랜딩 2025. 4. 13. 16:20

 

 

9월 24일, 영등포구의회 연구모임인 영등포미래정책연구회 초청으로 특강을 다녀왔다.
강의 주제는 ‘Made In YDP - 영등포의 역사와 함께한 브랜드들’이었다.

 

산업과 교통의 중심, 영등포

 

영등포는 한강을 끼고 있어 수운(水運) 교통이 발달한 지역이었다.
1899년 경인선 개통, 1905년 경부선 개통으로 철도 교통이 활성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산업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산업혁명의 핵심 동력이었던 증기기관은 철도와 방직산업을 발전시켰고,
영등포는 한반도 최초의 철도가 놓인 곳이자,
대규모 방적(紡績)·방직(紡織) 공장이 들어선 지역이기도 했다.

 

1930년대, 일본이 만주국을 건설하고 중국 대륙을 침략하면서
그 배후 군수산업 공장들이 영등포에 들어섰고,
해방 이후에는 한국 산업화를 견인하는 대규모 생산공장들이 밀집한 산업 중심지로 발전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서울 도심의 팽창과 지가 상승, 환경오염 문제로 인해
영등포의 공장들은 수도권 변두리나 지방으로 이전했다.
이것이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영등포의 산업 역사다.

 

영등포에서 만들어진 브랜드들

 

하지만 이번 강의에서는 조금 다른 접근을 해보았다.
대부분의 강의가 ‘어떤 기업과 공장이 있었는가’를 다루는 반면,
나는 ‘그곳에서 생산된 제품과 브랜드’에 집중했다.

틈틈이 조사한 결과, 흥미로운 사실들이 나왔다.

  • 지금은 쇼핑몰로 변한 경성방직 공장에서 생산한 ‘태극성 광목’을 비롯한 방직 브랜드들.
  • 일제강점기에 세워져 OB와 하이트로 이어지는 맥주 공장에서 탄생한 브랜드들.
  • 영등포 철도 공작창에서 해방 직후 처음으로 제작한 기관차 ‘해방자호’.
  • 산업화 과정에서 영등포에서 생산된 다양한 생활용품 브랜드들.

이 브랜드들은 과거 우리 일상 속에 존재했거나, 지금도 여전히 사용되고 있는 것들이었다.
우리가 별생각 없이 소비하는 제품들이 사실 영등포라는 지역과 깊은 연관이 있었다.

 

잊혀진 것들, 돌아봐야 할 것들

 

이번 강의를 준비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
한국 사회는 고도 성장기를 거치며 앞만 보고 달려왔다.
그 과정에서 도시 발전의 매개체가 되었던 요소들, 과거를 형성한 브랜드의 기억들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빠른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거의 흔적들을 돌아보지 않는 것이 과연 옳은 방향일까?

100년도 채 되지 않은 역사,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를 만든 촉매제들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영등포를 시작으로,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지역의 근현대 산업 역사를 바탕으로 한 로컬 브랜딩을 연구해보고 싶다.

 

각 지역에서 만들어진 브랜드와 산업적 유산을 발굴하고,
그것을 새로운 지역 정체성으로 연결하는 작업을 해볼 가치가 충분히 있다.

 

지나온 길을 제대로 알아야 앞으로 나아갈 길도 보인다.

 

영등포의 브랜드 역사를 돌아보는 일,
그것은 단순한 과거 회고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자원을 찾는 과정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