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다가온 ‘레미제라블(Les Miserables)’의 감동
2001년 8월 미국 필드스터디에 참여 한국리더십학교 1기 교육생들은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레미제라블(Les Miserable)’을 관람했다. 화려한 무대조명과 배우들의 열연, 오케스트라의 경쾌하면서도 감미로운 선율, 뜨거운 청중의 분위기는 한국에서 온 40여명의 청년들을 뮤지컬 속으로 흠뻑 빠져들게 했다. 뮤지컬의 감동이 한층 무르익었을 때 탁월한 영어실력을 갖춘 1기 이기숙 자매가 뮤지컬의 내용을 대략적으로 소개해 주었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프랑스 소설가 빅토르 휴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소설 ‘레미제라블’의 배경은 19세 프랑스다. 1789년 프랑스에서는 극심한 굶주림과 신분제에 대한 불만으로 혁명이 일어난다. 혁명에 성공한 프랑스 국민들은 국왕 루이 16세를 처형하고 ‘왕이 없는 나라’, 즉 공화국을 선포한다. 이것이 흔히 알려져 있는 ‘프랑스 대혁명’이다. 하지만 혁명 이후 프랑스는 굶주림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더 큰 소용돌이에 빠진다. 혁명지도부 중 가장 과격파였던 로베스피에르는 1793년 정권을 장악한 뒤 ‘최고가격제’를 실시해 일시적으로 물가안정을 이뤘다. 그러나 1년 동안 1만 명 이상을 ‘반혁명’ 혐의로 처형하는 등 지나친 공포 분위기 조성으로 2년 만에 실각한다. 최고가격제는 폐지되고 다시 물가는 뛰어올랐다. 바로 그 이듬해인 1796년 레미제라블속 장발장은 조카를 위해 빵을 훔치다 체포되어 19년 노역형에 처해진다.
프랑스의 혼란은 1799년 군인 출신 나폴레옹이 쿠데타를 일으켜 제1통령으로 취임하면서 비로소 일단락된다. 나폴레옹은 외국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국내 반혁명 세력을 소탕하는 한편, 토지분배·법 제도 정비·초등교육 확립 등의 정책으로 사회를 안정시켰다. 하지만 나폴레옹은 통령 지위에 만족하지 않고 1804년 스스로 황제에 즉위, 반혁명 위협이 사라졌는데도 외국과 계속 전쟁을 벌였다. 지속적 전쟁으로 사람들이 점점 나폴레옹에게 지쳐가던 무렵, 그는 워털루 전쟁에서 패해 1815년 완전히 몰락한다. 바로 이 해 장발장이 가석방된다.
프랑스는 나폴레옹 시대에 마련된 법·제도와 안정된 정치질서를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산업화가 진행된다. 직물·금속공업을 중심으로 산업이 발달하고 수출액도 늘어났다. 장발장은 1820년대 프랑스 북부 소도시 몽레이유에서 새로운 구슬 공정을 개발, 기업가로 거듭나며 크게 성공했다. 장발장과 같은 공장을 소유한 부르주아들은 산업화로 인한 성장에 힘입어 예전의 귀족과 같은 지위를 누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성장의 열매는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돌아가지 않았다. 도시 인구는 갑자기 늘어났지만 주택, 수도 시설은 턱없이 부족했다. 불량한 위생으로 전염병이 주기적으로 발생했다. 경제성장과 더불어 물가도 함께 오르는데 노동자들의 임금은 턱없이 낮았다. 빈민가의 남성들은 시름을 잊기 위해 술을 마시고, 여성들은 살기 위해 매음굴로 흘러들었다. 부모에게 버려져 부랑아가 된 아이들은 늘어만갔다.
1831년 11월 프랑스 대표적 공업도시인 리옹에서 노동자 수천명이 가담한 폭동이 일어났다. 이 지역은 프랑스 견직물 공업의 중심지로, 전체 수출액의 30%를 생산하는 곳이었다. 노동자들은 오르는 물가에 비해 임금이 턱없이 낮다며 ‘최저임금’을 협상했지만, 공장주 1400명 가운데 104명이 이에 불응했다. 이를 계기로 리옹 지역의 노동자 전체가 들고 일어났다. 이들은 한때 시정까지 장악했지만, 정부는 이를 ‘반란’으로 규정해 잔인하게 탄압했다. 공장주 90% 이상이 합의한 최저임금법도 수포로 돌아갔다. 노동자들의 결사의 권리 등도 크게 제한됐다.
리옹 사건을 계기로 빈민과 노동자들, 공화주의 성향의 학생들은 7월 왕정에 등을 돌렸다. 걸핏하면 폭동이 일어났다. 1832년 6월 5일, 나폴레옹의 부관 출신 국회의원으로 ‘민중의 편’에 섰다고 평가받는 라마르크의 장례식을 계기로 일어난 폭동도 그 중의 하나였다. 마리우스는 왕정을 뒤엎기 위해, 장발장은 마리우스를 구하기 위해 이 폭동에 참여한다. 실제 이 폭동은 바리케이드가 십수개 이상 세워지고 약 800명이 사망한 대규모 폭동이었다. 하지만 시위대의 바램대로 왕정은 무너지지 않았다.
2001년 브로드웨이에서 한국리더십학교 동문들과 함께 보았던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2013년 영화 ‘레미제라블’로 새롭게 다가왔다. 한국에 개봉된 레미제라블 영화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작품에 등장하는 ‘실패한 혁명’과 ‘가난한 민중들의 비참한 현실’이 현재 한국의 사회상과 맞물리며 깊은 공감을 자아냈다. 한때의 실수로 전과자가 되었다가 새롭게 태어나는 인물 장발장. 법과 제도를 맹신하며 장발장을 추적하는 자베르 경감. 모두가 외면한 장발장에게 자비를 베푼 주교. 격렬한 사랑에 빠지는 코제트와 마리우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에포닌. 딸의 양육비를 위해 거리의 여인이 되는 판틴. 여기에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에 혈안이 된 떼나르디에 부부의 이야기는 19세기 프랑스만의 이야기가 아닌 2013년 겨울 한국의 이야기기도 했다.
레미제라블 뮤지컬과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사람들은 미래의 희망을 이야기하며 바리케이드에 모여 다 같이 Do you hear people sing? 부른다. 피날레 부분에 울리는 Do you hear people sing?에는 증오와 복수가 아닌 희망과 사랑의 메시지가 담겨져 있다.
뮤지컬 ‘레미제라블(Les Miserables)' Epilogue 中에서
Do you hear the people sing
Lost in the valley of the night?
It is the music of a people
Who are climbing to the light.
사람들의 노래가 들리는가?
밤의 계곡에서 길을 잃은 이들의 노래가 !
빛을 향해 오르려 하는 이들의 노래가 !
For the wretched of the earth
There is a flame that never dies.
Even the darkest night will end
And the sun will rise.
이 땅 위의 가엾은 이들을 위해
결코 사라지지 않는 불꽃이 있으니
어두운 밤이 지나면 태양은 밝아 오리라
They will live again in freedom
In the garden of the Lord.
They will walk behind the plough-share,
They will put away the sword.
그들은 다시 자유로이
주의 정원에서 살아가리라.
그들은 쟁기를 쥐고 걸을 것이며
칼을 내려 놓으리라
The chain will be broken
And all men will have their reward.
얽매였던 사슬이 끊어지고
모든 사람은 합당한 대우를 받으리라
Will you join in our crusade?
Who will be strong and stand with me?
Somewhere beyond the barricade
Is there a world you long to see?
그대 우리의 ‘거룩한 싸움’에 함께 하겠는가?
누가 나와 함께 굳세게 서있겠는가?
바리케이트 너머 어딘가에
그대가 갈망하는 세상이 있지 않은가.
Do you hear the people sing?
Say, do you hear the distant drums?
It is the future that they bring
When tomorrow comes!
사람들의 노래가 들리는가?
저 멀리 북소리가 들리는가?
내일이 오면 미래는 시작되지 !